교차 보전·택지 매각 구조 원점 재검토…국민 참여·속도전 병행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국토교통부가 LH 개혁을 위한 전담기구를 출범시키며 공사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공주택 공급의 핵심 기관이지만, 반복된 비리와 구조적 문제로 신뢰 위기에 빠진 LH를 근본적으로 손질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본격화된 것이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LH 개혁위원회’ 출범을 위한 민간위원 위촉식을 열었다. 주거정책과 공공주택 분야 전문가인 임재만 세종대 교수가 민간위원장으로 위촉됐고, 이상경 국토부 1차관과 공동위원장을 맡아 개혁 방향을 조율한다. 개혁위에는 주거복지·도시계획·재무회계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해 ▲사업 구조 개편 ▲기능 재정립 ▲재무·경영 혁신 등 3대 분야에서 LH의 체질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LH 개혁의 핵심은 사업 방식의 구조 개편이다. LH는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고, 그 수익으로 공공임대 사업 적자를 메우는 ‘교차 보전’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게 책정하는 공공임대 특성상 손실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LH가 택지 매각 이익에 의존하면서,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방조하는 구조적 모순에 놓였다는 점이다.
민간에 매각된 택지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이 건설사와 초기 분양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도 개혁 대상으로 꼽힌다. 분양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며 집값을 자극했다는 비판이다. 국토부는 이번 개혁을 통해 택지 공급과 공공주택 사업의 연계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LH가 보유한 자산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적 자산”이라며 “국민의 땅을 국민을 위해 쓰는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균형 발전도 LH 개혁의 주요 의제로 포함됐다. 수도권 쏠림이 심화되는 가운데 침체한 지방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역할을 LH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무·경영 혁신도 빠질 수 없다. 공공기관의 재무 건전성이 국가정책 수행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책임경영 체계를 확립하고 자산·부채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국가정책 목표를 공공기관이 완수하려면 건전한 살림살이가 전제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현장 안전 강화 역시 정부가 강조하는 개혁 과제다. LH가 관리하는 건설 현장은 국민의 삶터이자 일터라는 점에서, 그간 반복된 안전사고를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김 장관은 개혁위 출범식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희생되는 일이 더는 없도록 안전을 비용이 아닌 기본 원칙으로 삼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개혁의 또 다른 특징은 ‘국민 참여’다. 국토부는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국민이 직접 개혁 방안을 제안할 수 있는 창구를 열기로 했다. 신혼부부·임차인 등 정책 수혜자 중심의 국민 자문단과 업계·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도 함께 운영해 현장의 목소리와 수요자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할 계획이다.
개혁위 운영은 ‘속도전’으로 추진된다. 국토부에는 LH 개혁 기획단, LH 내부에는 개혁 추진단을 각각 설치해 논의와 실행을 병행한다. 기획단은 위원회 논의를 종합·조율하는 역할을, 추진단은 개혁 과제를 현장에 적용할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한다. 국토부는 법령 정비와 제도 개선을 병행하며 실효성 있는 대안을 신속히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LH 개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등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개혁 논의가 정치권을 달군 바 있다. 다만 이번 정부는 기존의 ‘부분 손질’에서 벗어나 LH의 사업 구조와 기능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결국 LH 개혁의 성패는 공공주택 공급 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되찾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택지 매각 중심의 수익 구조를 손보지 못한다면 ‘공공성 강화’라는 목표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역균형 발전, 재무 건전성, 현장 안전 등 복합적인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개혁위 논의는 향후 건설·부동산 시장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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