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부족에 대형 사업 잇단 표류…실효성은 구조개선 병행 여부 달려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도로·철도 등 사회기반시설(SOC) 투자를 확대하면서 침체된 건설시장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유동성 공급과 공공 발주 확대를 통해 수주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현장에서는 공사비 부담과 수익성 부족 등 구조적 과제가 여전해 실효성은 정책 집행과 병행 대책에 달렸다는 평가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추경에서 SOC 분야에는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확대에 8475억원이 증액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함양-울산고속도로 등 고속도로 2곳과 국토 2곳, 산단 진입도로 8곳에 공사비 및 보상비 1210억원을 투입해 지역 도로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낸다.
철도는 평택-오송, 호남고속선 등 고속철도 2곳과 GTX-C 광역철도 1곳, 도시철도 4곳 등 9개 노선 건설에 4894억원을 투입한다. 신호, 선로 등 노후 철도시설 유지·보수에는 1692억원이 배정됐다.
이밖에도 노후 저층 주거지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융자 지원에는 599억원이 편성됐다. 또 유동성 공급을 위한 위기 사업장 지원에는 6500억원이 증액됐다.
이 같은 공공 인프라 확대는 최근 위축된 건설경기 속에서 중견·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단기적 수주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유동성 지원 차원에서 PF 보증, 앵커리츠 출자 등 간접적 조치 외에 직접적인 물량 확대에 나섰다는 점에서 업계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수익성과 리스크를 이유로 주요 사업이 잇따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추경 효과가 체감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가덕도신공항 용지 조성공사가 꼽힌다. 이 사업은 총 네 차례 입찰에서 모두 유찰되며 수의계약으로 전환됐지만, 현대건설이 공사비 증액과 공기(工期) 연장을 요구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국토부가 이 같은 조건을 수용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이처럼 최근 SOC 사업에서는 원자재·인건비 상승, 무리한 공기 단축 요구, 부지 여건의 불확실성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참여가 잇따라 무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공공 발주 사업임에도 공사비가 현실화되지 않은 채 유지되면서 사업성 부족으로 수주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GTX-B 노선 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인천 송도에서 여의도와 서울역, 청량리 등을 거쳐 경기 남양주 마석까지 연결하는 총길이 82.8km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노선으로, 지난해 착공식을 가졌지만 아직 실질적인 공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사업을 주도하던 대우건설 컨소시엄에서 DL이앤씨, 롯데건설, 남광토건, 호반산업 등 주요 건설사들이 잇따라 이탈하면서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 역시 장기간 표류 중이다. 위례신도시에서 서울 신사역을 연결하는 이 노선은 2008년부터 계획됐지만, 민간사업자 참여가 번번이 무산됐다. 초기 시공사였던 삼성물산이 2016년 수익성을 이유로 손을 뗀 데 이어, 이후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GS건설 컨소시엄도 지난해 중도 하차했다. 현재 위례신사선은 민자방식에서 재정사업 전환이 추진되고 있으며, 지난 4월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신속예타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상황이 이렇자 SOC 사업의 구조적 리스크와 불확실성 해소 없이는, 추경 확대만으로 사업이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제기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사업이라도 원가 상승분 반영이 되지 않거나 리스크가 과도하면 참여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며 "물량 확대만으로는 시장을 움직이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경이 유동성 경색을 일부 완화하고 경기 하방을 방어하는 역할은 할 수 있지만, 공사비 현실화, 규제 합리화, 민간 수요 회복 등 병행이 이뤄져야 실질적인 업황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추경예산이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얼어붙은 경기를 되살리고, 민생을 회복시키기 위해 편성된 만큼 신속한 집행을 통해 추경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