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학사 유연화, 형평성 어긋나…명백한 특혜"
정부 미온적 태도 도마 위
의협 "특혜 아냐, 현실적 필요 고려해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전경./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전경./연합뉴스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발해 '집단 휴학'에 나섰던 의대생들이 의정갈등 1년 5개월 만에 전원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간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한 사과는 커녕 오히려 자신들의 편의를 위한 요구안만 늘어놓고 있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15일 비(非)의대생과 사회단체는 교육계와 당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부가 의대생의 집단 수업 거부에도 몇 차례나 유급을 연기해준 것은 '과도한 특혜'라고 지적한다. 특히 유급 직전이었던 의대생들이 돌연 복귀를 선언하며,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서울시내 한 대학병동 내 모습./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대학병동 내 모습./연합뉴스

◆무책임·미성숙한 태도에 실망

시민들은 특히 의대생들의 책임감 없고 미성숙한 태도에 대해 실망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앞서 일부 의대생들은 집단휴학 후 여론이 나빠지자 '응급실 뺑뺑이'와 관련해 "(환자들이) 응급실을 돌다 죽어도 감흥 없다" "견민 개돼지들(국민에 대한 멸칭) 더 죽이면 이득" "개돼지들 매일 1000명씩 죽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의사가 되더라도 무조건 사회의 후생을 조져버리는 방향으로 행동하라. 그게 복수다"라는 패륜적 발언을 일삼은 바 있다.

이에 더해 개인적으로 복귀를 결심한 동료 의대생들의 신상을 공개하며 조롱 및 협박을 일삼았다. 최근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료현장을 지킨 의사 혹은 강의실에 남은 의대생들을 '감귤'이라 칭하며 보복을 예고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시민 A 씨는 "휴학 안 하면 리스트 만들어 돌리고 왕따하고 압박해가며 국민들 건강과 목숨을 위협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의사는 보통 회사원이 아니다. 의사라는 특수 직업에는 공공보건을 지킬 의무가 있는데 그걸 저버리고 자신들 밥그릇 챙기기부터 한 사람들이 원칙을 지킬 때까지 협의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의 실습실 전경./이소영 기자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의 실습실 전경./이소영 기자

◆정부, 학사 유연화 고려…"의대생에 퍼주는 특혜"

정부가 의대생의 학사 유연화 주장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검토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여론은 더욱 들끓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최근 개인 SNS를 통해 "의료계와 국회가 의대생 복귀를 선언하고 정부의 협조를 구했다"며 "결국 국민의 뜻이 중요하다. 국민들께서 문제 해결을 도와주실 수 있도록 의료계도 국회도 정부도 더 깊이 살펴볼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학사 유연화는 검토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던 교육부 역시 태도를 변경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차영아 교육부 부대변인은 "(학사 일정 유연화에 대해) 종합적 검토를 해야하기 때문에 딱 잘라서 '한다, 안 한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종합적인 여건을 살피면서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B 씨는 "타과생들이 의대생들처럼 수업을 거부했다면 이미 유급 및 제적처리가 확정됐을 것"이라며 "몇 번이나 돌아올 기회를 준다는 것부터가 형평성에 어긋난다. 그런데 교육 과정까지 변경한다는 게 특혜가 아니면 도대체 뭐가 특혜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환자·시민단체들 역시 의대생에 대한 더 이상의 특혜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10개 단체가 모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자발적 의사에 따라 휴학했다고 주장하면서 1년 5개월 동안 의료와 교육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은 조건없이 복귀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복귀한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특혜성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발적으로 환자를 위해 돌아온 게 아니라 끝까지 복귀하지 않다가 정부의 특혜성 조치에 기대 돌아온 전공의·의대생이 더 우대받는다면 정의와 상식에 반한다"며 "복귀는 조건없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의대생 학사 유연화는 특혜로, 본인이 포기한 선택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며 "복귀 조건으로 정부가 학사일정 유예나 수련시간 단축을 허용한다면 그 자체가 집단행동의 정당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전경./이소영 기자
대한의사협회 전경./이소영 기자

◆특혜 아닌 의료 정상화를 위한 조치

의료계에서는 학사 유연화가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의료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조치라는 의견을 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공보이사)는 학사 유연화에 대해 "과거에도 장기간 수업을 못한 경우 야간 수업이나 실습 보충, 국가고시 일정 조정 등을 통해 유급을 최대한 방지한 경험이 있다"며 의대생에 특혜를 달란 말이 아니라 군의관, 공중보건의사 등 적정 수가 매년 안정적으로 배출돼야 하는 현실적 필요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의협은 국회 교육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와의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앞으로 의사를 길러낼 교육의 터전이 망가진다면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는 의료붕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며 "지금 의대 교육이 멈춘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이어 국민에 대한 약속으로 ▲학생 전원 복귀를 통해 의과대학 교육 및 의료체계 정상화 노력 ▲의대 교육 정상화 지원 및 정부와의 책임 있는 논의 ▲의대생 교육 정상화 방안의 조속한 마련 ▲복귀 의대생 보호 조치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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