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분기 거래량·금액 5년래 최저…경매 물량은 통계 작성 이래 최대
7월부터 DSR 규제 확대, 시장 반등도 어려워
2021~2025 분기별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거래량 및 매매금액./부동산플래닛
2021~2025 분기별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거래량 및 매매금액./부동산플래닛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아파트 규제의 풍선효과로 '제2의 오피스텔'이라 불리며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 둔화 속에서 거래량과 거래금액은 5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고, 경매로 쏟아지는 물건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는 7월부터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 반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11일 부동산플래닛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552건, 거래금액은 218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43.2%, 44.8% 감소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45.3%, 50.3% 줄어든 수치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최근 5년 중 최저 수준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산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과 관련 지원시설이 함께 입주할 수 있는 지상 3층 이상의 복합 집합건축물이다.

오피스·공장·물류·판매시설 등이 결합된 형태로, 저렴한 분양가에 비해 비교적 대출이 잘 나오고, 취득세·재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이 있어 2020~2022년 집값 상승기에 아파트의 대체 투자처로 각광 받았다.

다만 최근 이 같은 급격한 거래량 하락에 가격 하락세도 뚜렷하다. 전국 평균 전용면적당 가격은 1468만원으로, 직전 분기(1581만원)보다 7.1%, 전년 동기(1673만원)보다는 12.2% 떨어졌다. 수도권은 1527만원, 비수도권은 919만원으로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비수도권은 전 분기 대비 25.5%나 급락했다.

서울 역시 거래량 83건, 거래금액 614억원으로 5년 만에 분기 기준 거래량이 두 자릿수로 내려앉았고, 거래금액도 1000억원 선이 무너졌다. 그나마 전용면적당 평균 가격은 2629만원으로 14.3% 상승했지만, 이는 성동·송파·영등포 등 일부 프리미엄 지역에 한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침체는 매매 지수와 거래면적에서도 확인된다. 알스퀘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지식산업센터 매매지수(ROSI)는 196.2포인트로, 전년 대비 12.0% 하락했다. 전국 거래면적도 1분기 기준 11만4578㎡로, 직전 분기보다 11% 줄었다.

류강민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장은 "지식산업센터는 금리 인하 등 호재에도 오피스와 달리 안정적 임대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당분간 가격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거래절벽 현상은 결국 경매 물량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경매에 부쳐진 지식산업센터는 1594건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또 지난 ▲2022년 403건 ▲2023년 688건 ▲2024년 1594건으로 경매물량이 2년 새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자폭탄'을 견디지 못한 투자자와 소형 개발사들이 손을 뗐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는 비주거용 부동산까지 적용 범위를 넓힌다. 이에 따라 지식산업센터의 잔금 대출에 필요한 담보인정비율(LTV)도 낮아져, 수분양자와 시행사 모두의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과거 상대적으로 완화된 대출 여건에 기대어 투자에 나섰던 수분양자들의 자금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데다, 시행사 입장에서도 잔금 납부율 하락으로 자금 회수가 지연되면 신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1분기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자금조달 부담, 누적된 공급 물량, 경기 둔화로 인한 기업의 수요 위축 등 복합적인 악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거래량과 거래금액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며 "당분간 시장 반등을 위한 모멘텀이 부족한 만큼 정책 방향과 수급 변화를 중심으로 보다 신중하게 시장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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