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HMM·현대글로비스·팬오션 1분기 호실적
美입항수수료·선복량 과잉 불확실성 여전
HMM 벌크선 비중 확대·팬오션 LNG 전념
팬오션 소속 벌크선./팬오션
팬오션 소속 벌크선./팬오션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국내 주요 해운 선사가 글로벌 관세 전쟁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입항 수수료 부과 발표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에도 1분기 견조한 실적을 내며 건재함을 증명했다.

다만 미국 항만에 입항 시 부과되는 수수료와 선복량 공급 과잉 현상이 2분기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선사들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신성장 동력까지 확보하는데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대 국적 정기 선사인 HMM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2조854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51% 늘어난 6139억원, 당기순이익은 52% 증가한 7397억원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21.5%로 4%포인트 상승했다.

현대글로비스는 1분기 매출 7조2234억원, 영업이익 50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7%, 30.4% 증가했다. 이 중 해운 사업부문의 매출은 1조2570억원, 영업이익은 1372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9.2%, 66.3% 늘어난 수치다.

팬오션도 1분기 매출 1조3934억원, 영업이익 113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8%, 15.4% 증가했다. 팬오션의 영업이익은 비(非)벌크(Non-Dry bulk) 부문의 실적 호조세가 상승을 이끌었다.

미국발 관세폭탄으로 인한 물동량 감소가 1분기 국내 해운업계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됐지만 컨테이너, 자동차, 벌크화물 운송 대표 선사의 실적을 보면 대체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하지만 USTR의 입항수수료 부과와 신조선 인도 증가에 따른 선복량 과잉 우려, 해상운임 하락세 등 악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USTR은 지난달 17일 중국산 선박 및 비미국산 자동차운반선을 대상으로 입항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수수료는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0월 14일부터 부과된다.

중국 기업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에는 톤당 50달러의 입항 수수료가 부과된다. 단계적으로 인상돼 2028년에는 톤당 140달러까지 인상된다. 중국에서 건조됐지만 제3국에 소속된 선박 역시 톤당 18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하며 2028년까지 톤당 33달러로 올라간다.

톤 대신 컨테이너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컨테이너 1개당 120달러에서 시작해 2028년 250달러까지 증가한다. 미국이 아닌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운반선도 CEU(1CEU는 차 한 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 단위)당 150달러를 내야 한다.

이 같은 USTR의 입항 수수료 부과 방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선사는 HMM이다. HMM은 지난해 컨테이너 운송부문에서 매출 10조147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5.7%의 실적 성장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에서 컨테이너 운송이 차지하는 비중도 86.7%에 달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부터 시작된 컨테이너선의 대량 인도 추세가 최소한 2027년까지 이어져 운임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HMM은 이러한 리스크에 대비해 사업 다각화로 위기 돌파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우선 매출 비중 11%인 벌크 화물 운송을 강화하기로 했다. 벌크선을 주력으로 하는 SK해운 인수도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환이다.

HMM은 2030년까지 벌크선·탱커(유조선) 사업 부문에 5조6000억원을 들여 현재 42척, 630만DWT(재화중량톤수)에서 110척, 1256만DWT까지 해당 선종 선복량을 확장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벌크선·탱커 매출을 2023년 1조2430억원에서 2030년 3조32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현대글로비스는 ▲비계열 확대에 따른 매출처 다변화 ▲선대 운영 합리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 ▲미래 신성장 동력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특수화물(중량화물) 해상운송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력인 완성차 해상운송 사업의 성장과 함께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중량화물 운송 사업에도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읽힌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두 가지 선형(자동차운반선 97척·벌크선 23척)을 모두 운영하며 거대하고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중량화물을 선적하고 운송하는데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팬오션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 진출 등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장기간에 걸친 시장 대응력 강화 노력을 계속 진행 중이다. 실제 팬오션의 1분기 실적에서 컨테이너 부문은 15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했다.

LNG 사업 역시 이미 발주된 LNG 운반선의 인도 후 대선 계약 투입으로 영업이익이 계속 증가 추세를 나타내며 벌크(건화물·액체화물) 해운 시황 악화에도 호실적을 기록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 미국과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진행 중인 곡물 트레이딩 사업 개선을 위해 곡물 운송 영업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팬오션 관계자는 “글로벌 관세 분쟁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화물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등 수익성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시장 대응력을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지속가능 기업의 면모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준혁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