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고비용 우려 속 친환경 기술 개발 박차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다음 달부터 제로에너지건축(ZEB) 의무화 대상이 공공건축물에서 민간 건축물로 확대된다. 공사비 증가와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일부 건설사들은 이를 신사업 기회로 삼고 기술개발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연면적 1000㎡ 이상 민간 건축물과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ZEB 5등급 수준 설계를 의무화하는 규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심사를 마치는 대로 오는 6월 30일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말부터는 민간 아파트 및 건축물에 대해 단열 성능 강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도입이 의무화된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이란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생산하는 에너지를 합쳐 에너지 사용량이 '제로(0)'가 되는 건축물을 의미한다.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등급(100% 이상)에서 5등급(20∼40% 미만)까지 구분된다.
설계 의무화 시행 시 민간 아파트도 ZEB 5등급 수준을 맞춰야 한다. 즉 건설사들은 에너지 절감을 위해 지금보다 건물 단열 성능을 확보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포함해 아파트를 설계해야 한다.
업계에선 의무화에 따른 고가 자재 사용과 설비 추가로 인해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곧 분양가 인상과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이 제도는 작년초부터 실시될 예정이었다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분양가 부담 등을 이유로 1년 6개월간 유예됐다.
정부가 더이상 시행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은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롯데건설은 현재 연구개발 조직 내 에코에너지TFT를 통해 탄소 저감 및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특히 ZEB 인증 대응과 건물 생산 전력 활용성 강화를 위해 롯데케미칼, ㈜엡스코어, 스탠다드에너지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시 잠원동 본사 사옥에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BIPV)'과 '바나듐 이온 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VIB ESS)'를 시범 구축해 성능평가에 나섰다. BIPV는 건물 외벽에 설치돼 전력을 생산함과 동시에 외장재 역할을 하며, 별도의 설치 면적이 필요 없어 도심 내 활용도가 높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 기술개발과 시설 구축을 통해 건축물에 안정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에너지 생산 및 저장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성능 모니터링 및 연계 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제로에너지 건축물 구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전기 생산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GS건설은 지난달 청정 암모니아를 연료로 주입해 탄소 발생 없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플랜트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영일만 산업단지 내에서 온실가스감축이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상용 플랜트를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GS건설 관계자는 "청정수소화합물 기반 수소 발전기로 생산되는 무공해 전기는 향후 데이터센터, 대형 제조업 공장 및 제로에너지빌딩에서도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건설도 일찍이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 센터(GSIC)'를 설립해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2015년 준공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는 국내 최초의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급 1++, 제로에너지 건축 5등급을 받기도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로 시공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으나, 동시에 친환경 기술 개발과 신사업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업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