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넘어 민간 확대…건설사, '블루오션' 신시장 개척
<편집자주> 심각한 기후 위기 속에서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량은 증가 추세다. 특히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탄소가 배출되는 노후 건축물은 건물 수명 주기를 고려하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큰 걸림돌이다.
노후건축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은 에너지효율 개선·일자리 창출·건물 가치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 등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은 중장기 국가사업으로 노후건축물의 그린리모델링 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건설사에도 친환경 제로에너지-그린리모델링 사업은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이 되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획시리즈를 통해 그린리모델링 정책의 실효성 제고 방안과 관련업계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다뤄보고자 한다.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국내 건물의 10채 중 8채가 노후화된 가운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민간 부문의 그린리모델링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린리모델링은 단순한 건물 보수를 넘어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절감, 주거환경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꼽히지만, 지원정책은 여전히 공공 부문에 편중돼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참여 없이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현행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제27조는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향상을 위한 리모델링을 ‘그린리모델링’으로 정의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필요 시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전국에 ‘그린리모델링 창조센터’를 지정·설립해 공공·민간 부문을 나눠 사업을 운영 중이다.
공공건축물 지원사업은 준공 10년 이상 경과된 보건소·경로당·사회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한다. 시공비와 이사비를 지원하며, 지자체 규모에 따라 사업비의 50~70%를 차등 보조한다. 섬 지역에는 최대 20%의 추가 지원도 이뤄진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3590동이 지원 대상에 포함됐고, 총 집행 금액은 9268억원에 달했다.
◆민간 지원은 중단…"민간 참여 없이는 2050 탄소중립 목표 실현 불가능"
문제는 민간 건축물 지원이다. 민간의 경우 2014년부터 ‘이자지원사업’을 운영해 왔다.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20% 이상 개선하거나 창호 효율 3등급 이상을 달성할 경우, 국토부가 공사비에 대한 대출이자의 일부를 보전하는 방식이었다. 일반 가구는 최대 4%, 취약계층은 최대 5%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다.
10년간(2014~2024년) 승인 건수는 약 7만9000건, 집행액은 451억원이었으며, 이 중 99%가 공동주택 아파트였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참여율이 저조했다. 신청 절차가 복잡했고, 고금리 상황에서 공사비 대비 4~5%의 이자 지원만으로는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2023년 11월부로 신규 접수가 중단됐고, 현재는 기존 대출분에 대해서만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간건축물이 전체 건축물의 약 96%를 차지하고, 그중 약 79%가 1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인 점을 고려하면 민간건축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며 “무이자·저금리 대출, 세제 혜택, 보조금 직접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홍성준 국토부 녹색건축과장은 "그간 공공 부문에서 제로에너지건축을 주도해왔으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건축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의 에너지 성능 향상이 필수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건설 경기 침체 겪는 건설업계, "그린리모델링은 ‘신시장’ " 주목
이 같은 흐름 속에 건설업계는 그린리모델링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기업은 친환경 플랜트 투자로 에너지 절감·규제 대응을 추진하며, 창호·단열 개선·태양광 설치 등 그린 리모델링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국제·국내 표준 정립과 함께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업계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기준 강화와 맞물려 수요 확대를 기대한다. 지난 6월 말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공동주택에도 ZEB 5등급 인증이 의무화됐으며, 연말부터는 연면적 1000㎡ 이상 민간 건축물도 같은 수준을 맞춰야 한다. 이는 리모델링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며 고효율 설비와 단열재, 친환경 자재 수요도 함께 늘 수밖에 없다.
대형 건설사들도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국립산림과학원과 하이브리드 건축 기술을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으며, 공동주택 수직 증축과 커뮤니티 시설 적용을 위한 기술 연구에도 착수한다고 밝혔다. 쌍용건설은 서울 주요 단지에서 단지형 리모델링 실적을 쌓은 바 있으며, 수직 증축·지하층 증설·내진 설계 분야에서 독자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공동주택 수직 증축 리모델링 관련 신기술을 인증받으며 시장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그린리모델링은 건설사의 새로운 수익원”이라며 “정부가 제도를 보완하고 민간 참여를 촉진하면, 친환경 건축자재·설비 시장까지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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