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원/달러 환율,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
상호관세 영향 작용...미·중 무역전쟁 고조로 위안화 약세 영향도
원/엔 환율도 2년 만에 1000원대 돌파
원화 약세 이어질 전망...환율 1500원 ‘가시권’
9일 원·달러 환율이 상호관세와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인한 위안화 절하로 1481.20원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며, 최악의 경우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사진=네이버 증권
9일 원·달러 환율이 상호관세와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인한 위안화 절하로 1481.20원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며, 최악의 경우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사진=네이버 증권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강행으로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달러 가치가 폭락했다. 원화 가치는 달러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로 인해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호관세로 인해 경기 악화 압력이 커지면서 당분간 1400원 중후반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주간 거래 기준(오후 3시 30분) 전날보다 달러당 5.4원 내린 1473.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야간시간대인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11.20원 오른 147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다.

9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10.8원 오른 1484원으로 장을 시작했고, 오전 11시 45분 현재 1481.20원을 기록 중이다. 개장가 기준 2009년 3월 16일 1488원 이후 가장 높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상호관세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되는 한국 경제에 대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총 104%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등 무역 분쟁이 고조된 데 따른 위안화 약세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달러 인덱스도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26% 하락한 102.700을 나타냈다. 지난 2일 상호관세가 발표된 뒤 1.6% 급락했다가 지난 2거래일 동안 반등했다. 하지만 이날 다시 하락한 것이다.

원/엔 환율도 2년 만에 100엔당 1000원대를 돌파했다. 8일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전일 대비 24.55원 오른 1018.53원을 기록했다. 11시 42분 기준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4.36원 내린 1014.17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엔 환율은 2023년 4월 27일(1000.26원) 이후 약 2년 만에 1000원을 넘어섰으며, 2022년 3월 22일(1011.75원)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엔/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0.18% 내린 147.28엔을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전날보다 0.26% 하락한 102.700을 나타냈다. / 사진=네이버 증권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전날보다 0.26% 하락한 102.700을 나타냈다. / 사진=네이버 증권

◆ 상호관세 영향 커...미·중 무역전쟁 고조 위안화 약세도 작용

이날 환율 상승에는 미·중 강대강 대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하자 중국은 미국에 대해 34%의 보복 관세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중국이 8일까지 보복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5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담화문을 통해 “미국의 공갈이라는 본질을 다시금 드러낸 것이므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재반격했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8일 위안화 환율은 1달러당 7.34위안까지 하락해 2023년 9월 11일 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국외 위안화 환율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7.3501위안으로 떨어졌다. 국내와 국외 위안화 환율 모두 이번 달 들어 달러에 대해 1.0% 이상 내렸다.

인민은행이 이틀 연속 위안화 기준치를 시장 예상보다 높게 설정해 일정 부분 하락세를 완화하려 했지만, 관세 충격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인민은행은 환율을 1달러당 7.2038위안으로 고시하며 전날(7.1980위안)보다 위안화 가치를 더 낮췄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이미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각, 미국의 장기 금리 상승을 유도해 미국 정부의 차입 비용을 증가시키는 전략을 펼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1.2bp 급등한 4.203%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 움직임 때문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며, 금리가 상승했다는 것은 국채 매도 폭이 컸다는 의미다.

중국은 1월 말 기준 미국 국채 약 761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보유국이다. 중국의 미 국채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증가해 경제적 타격이 커질 수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론상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를 압박하면서 잠재적으로 국채 매도라는 핵무기급 옵션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중국이 미 정부 부채를 매도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미국에 대한 타격은 지진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보유 달러 자산을 매각할수록 위안화가 폭락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어 중국 당국도 국채 카드 활용에는 신중할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빈 브룩스 수석 연구원은 “만약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한다면 2020년 3월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환율 관리 목적 매도로 미국 국채 수익률이 0.5%~1.3%로 올랐던 수준이 상한선일 것”이라며 “실행하더라도 중국이 이와 관련해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이어진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6.03포인트(0.26%) 상승한 2334.23으로, 코스닥은 7.15포인트(1.1%) 상승한 658.45로 거래를 마쳤다.

당초 환율은 지난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하락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미국의 상호관세율과 빠른 관세 부과 시기로 인해 원화 절상 효과가 상쇄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환율 상승 폭을 약 30원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의 선고 직후 1430원 초반까지 내려왔으나, 곧 중국 측의 보복 관세 발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재보복 발언 등이 관세 전쟁 확대 우려를 키우면서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가 잇따랐고, 원화 값은 급락했다.

고환율은 경기를 끌어내리는 주요인이다. 과거에는 원화 가치 하락이 국내 제조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키워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입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키워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성장을 저해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한 수출이 관세 전쟁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단 점도 원화의 매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웰스파고 분석을 인용해 “상호관세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약 0.5%~1.0%p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은도 관세 충격이 크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4%까지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으며, 예상보다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0%대 성장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상황도 원화 약세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당초 올해 11월 편입 예정이었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시점이 내년 4월로 미뤄졌다. 지수 편입에 따른 선진국 자금 유입, 자금 조달 비용 절감, 달러화 유입에 따른 고환율 기조 완화 등의 효과가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 당분간 이어질 것...원/달러 환율 1500원 전망도 나와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호관세가 수출에 즉시 악영향을 미치면서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피해 범위를 늘리면서 경제 둔화 압력도 키울 것으로 관측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4월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원/달러 환율은 유럽 경기회복 기대감, BOJ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국내 정치 불확실성 완화 등에 따른 하방요인과 트럼프발 외국인 증시 매도세에 의한 상방 요인이 충돌하며 1440~1480원 내외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환율은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과 잡음으로 당분간 1400원 중후반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2분기 중반 이후 달러 약세와 추경 편성 등 국내 경기 동력이 회복된다면, 1400원 초반까지 하락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1500원을 기록할 우려도 나왔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중 환율전쟁 양상이 더욱 격화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추가 약세, 즉 위안화/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수준에 육박하는 흐름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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