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달러인덱스, 장중 97까지 떨어지며 3년 만에 ‘사상 최저’
올 초 110까지 치솟았지만...연초 대비 9% 넘게 하락
금값은 3500달러 돌파하며 ‘고공행진’...금 선물 가격도 상승세
달러화 약세 지속되겠지만 다른 대체 시장 無
달러인덱스가 22일 장중 97선까지 밀렸다가 98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여전히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 사진=네이버 증권
달러인덱스가 22일 장중 97선까지 밀렸다가 98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여전히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 사진=네이버 증권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을 등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밀어붙인 관세 정책과 연방준비제도(Fes·연준) 압박 행보 등으로 인해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달러인덱스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금값은 끝을 모르고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트럼프 행정부에 던지는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장중 97선까지 밀렸지만, 23일 오전 8시 40분 기준 98.6900으로 전 거래일 대비 0.66%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발언을 한 이후 달러인덱스가 상승 전환했지만, 여전히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올해 초 110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연초 대비 9% 넘게 하락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 달러를 팔고 금이나 엔화, 독일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도 뛰었다. 22일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연 4.4050%에 형성돼 있다. 이달 초 3.999%까지 내렸던 채권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매도 물량이 늘어나며 20여일 만에 40bp(1bp=0.01%) 높아졌다.

미국 10년물 국채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직후 미국 패권 강화를 예상하며 ‘트럼프 트레이드’ 등으로 자금이 집중됐던 미국 자산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금값은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금값은 온스당 3500.05달러로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이후 다시 반락해 현재는 온스당 3338.59달러를 기록했다. 금값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31% 이상 상승했다. 금괴 기반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과 각국 중앙은행의 매수세가 이 같은 상승세를 견인했다.

칼라니시 인덱스 서비스의 리 리앙 레 애널리스트는 “올해 금값의 급등은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약화됐음을 시사한다”며 “‘트럼프 트레이드’가 ‘미국 매도’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라니아 굴 XS.com 선임 시장 분석가는 미 CNN에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지정학적, 경제적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가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은행들도 금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 그룹은 내년 중반에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등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함에 따라 금이 ‘유일하고 진정한 안전 자산’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금값이 오르는 이유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독립성과 미국 자산의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이자 중대 실패자(A Major Lose)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기 둔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글을 적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내가 그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빨리 물러날 것”이라며 사퇴 압박성 발언을 해 월가의 우려를 키웠다.

연준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달러화 추가 약세를 부채질했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 연준 총재는 21일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중앙은행 독립성이 침해될 경우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대응 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며 “이는 곧 높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악화, 높은 실업률로 귀결된다”고 경고했다.

금값은 350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 사진=픽사베이
금값은 350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 사진=픽사베이

◆ 글로벌 IB, 달러 가치 하향 조정...“조기 해결 어려워”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달러 가치 폭락이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달러 가치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투자은행 바클리의 전략가들은 “파월 의장의 해임 가능성이 여전히 낮다고 보지만,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할 수 있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달러 리스크를 무시하기에는 너무 크다”고 내다봤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전략가는 “고도의 보호주의적 정책으로의 갑작스러운 전환에 따른 미국 평판 손실을 생각해 보라”며 “미국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은 미국 자산에 대한 지불 용의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폴로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들은 미국 주식 19조달러(약 2경7080조원), 미 국채 7조달러(약 9977조원), 미 회사채 5조달러(약 7126조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전체 시장의 20~30%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이탈은 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iM증권도 “달러화 지수는 이달 초 상호관세 발표 이후 약 5.3% 급락하는 등 올해만 약 10% 가까운 폭락세를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올 초부터 21일까지 달러화 하락 폭은 1970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 가장 가파른 속도”라고 분석했다.

iM증권은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투자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일 수 있다고 봤다. iM증권은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율의 상호관세 부과를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미·중 갈등은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고 동시에 달러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시장 심리와 분위기에 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지속되고 미·중 갈등이 지금보다 더 격화된다면 달러화 약세는 조기에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달러화 약세는 셀 아메리카 현상 지속 위험을 높이고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성 장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고 해도 단기간에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29조달러(약 4경1300조원)에 가까운 미 국채 시장을 대체할 자산은 없고, 달러는 외환 거래의 90%와 각국 중앙은행 외환 보유고의 60%가량을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학교 교수는 탈달러 움직임에 대해 “곧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 금융시장과 달러에 대적할 경쟁 상대가 없다”고 지적했다.

iM증권도 “달러 약세와 함께 유로화와 독일 국채, 엔화, 비트코인 강세 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지만 각 시장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미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을 모두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엔화 역시 달러와 상관관계가 가장 주목받고 있으나 강세를 보일수록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커지는 만큼, 일본 중앙은행의 결정에 따라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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