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대대적 주주환원 정책 실시
[한스경제=고예인·김정연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번 주총 시즌의 화두로 이사회 강화와 주주환원 정책이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상장사들은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안건을 상정, 처리할 예정이다. 19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20일 현대차·삼성중공업·포스코홀딩스, 24일 한화시스템, 25일 LG전자·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차례로 주총을 연다.
특히 26일은 수퍼 주총데이다. SK텔레콤, 대한항공, 네이버, 카카오, 한화, 현대로템, HMM, HD한국조선해양 등이 이날 주총을 연다. SK하이닉스는 27일, SK이노베이션은 28일에 잇따라 주총을 연다.
올해 주총 주요 기업 안건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사진의 전문성 강화가 눈에 띈다. 과거 관료와 법조인 중심의 이사회를 꾸린 것과는 달리 산업별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대거 영입한 것이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미래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부진했던 부분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업들은 정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발맞춰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대거 내놓는다.
◆ ‘전문성’을 강화한 신규 이사진 영입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 내 반도체 전문가의 비중을 늘렸다. 신규 사외이사로 반도체 전문가인 이혁재 서울대 교수를 선임했으며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사내이사로 신규 내정했다. 그간 삼성전자에 대한 비판점 중 하나였던 이사회 내 기술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 분야 기술 전문가를 이사진에 보강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주총을 통해 로봇, 의료기술, 차세대 반도체 등 신성장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을 전망이다.
SK는 신임 사외이사로 에너지 전문가인 이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과 국제관계 전문가인 정종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내정했다. 또 SK하이닉스는 한명진 SK스퀘어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한다. 글로벌 투자 전문가를 영입해 반도체 분야 신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도 글로벌 인재를 대거 발탁했다. 김수이 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글로벌 사모투자 대표, 도진명 전 퀄컴 아시아 부회장, 벤자민 탄 전 싱가포르투자청(GIC) 아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한다.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에 쓰일 기술 개발과 수소·전기차 등 미래 사업 먹거리를 적극 발굴하겠다는 목표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주총을 통해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한다. 이는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술 선점과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경영 체제 재정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최근 하이퍼클로바 X와 같은 모델을 통해 AI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해진의 복귀는 이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LG는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뒀다. LG의 경우 권봉석 부회장과 하범종 사장 재선임이 이뤄진 가운데 재무 전문가인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다만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LG그룹 등 전자 계열사의 경우 기술전문가들을 각각 영입해 기술경쟁력 강화에 힘을 준다.
◆ 주주환원 정책과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
지배구조의 개선으로 주주환원정책도 주요 의제다. 실제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향후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하고, 이 중 3조원을 이미 매입해 전량 소각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SK하이닉스는 연간 고정배당금을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상향해 총 현금 배당액을 연간 1조원 규모로 확대했다.
현대차는 실적 호조를 반영해 2024년 기말 배당금을 주당 6000원으로 결정했다. 연간 배당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역대 최대 수준인 주당 1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포스코홀딩스는 회장 3연임 요건을 기존 보통결의(참석 주주 과반 찬성)에서 특별결의(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로 강화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금호석유화학은 2026년까지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율 40% 이상을 목표로 내걸었다. HD한국조선해양도 다가오는 주총에서 주당 5100원의 현금 배당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한진칼의 정기주주총 안건에는 이사보수한도 증액 건이 포함됐다. 2025년 이사보수한도를 120억원으로 책정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대한항공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개선된 데 이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이 무사히 완료된 만큼 지금이 보수 증액 등 임원 처우 개선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 신사업 기반을 다지는 기업들...기조 드러내는 정관변경
불황이 길어지면서 신사업 기반을 다지고자 정관을 변경, 추가하는 기업들도 있다. 현대차는 이번에 사업 목적에 ‘수소 사업과 기타 관련 사업’을 추가하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수소 사업 생태계 확장에 한층 속도를 낸다.
면세 사업에서 적자를 보는 호텔신라는 사업 목적에 ‘종합 휴양업’과 ‘콘도미니엄 분양·운영업’, ‘노인주거·여가복지 설치 및 운영사업’을 추가한다.
기아는 사업목적 추가를 위한 정관 일부를 변경했다. 기아는 정관 변경을 통해 '부동산 개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업계는 이를 기아가 중고차 매매단지 조성 기반을 마련해 중고차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하지만 기아는 이날 주총을 통해 플래그십 스토어 신축 등을 위한 부지 마련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는 이번 주총에서 대표이사 회장 선임 및 신속한 재무 조달을 위한 정관 변경도 추진한다. 포스코홀딩스는 주총에서 '사내이사 후보가 대표이사 회장을 연임한 이후 다시 대표이사 회장 후보가 되는 경우 그 후보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할 때에는 제24조 제2항의 특별결의 요건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추가할 예정이다. 또한 사채 발행과 관련해 '이사회는 대표이사에게 사채의 금액과 종류를 정해 1년을 초과하지 않는 기간 내에 사채를 발행할 것을 위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한다.
이 밖에도 삼성물산이 이번 주총에서 통신판매중개업도 신사업으로 추가한다. 그동안 추진해온 플랫폼 사업 부문을 더욱 공격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회사는 통신판매업을 바탕으로 스마트홈 플랫폼 '홈닉(Homeniq)', 빌딩 관리 플랫폼 '바인드'를 제공해왔으며 해당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이사회 전문성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육성하기 위한 본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관련기사
- 주유소 휘발유값 6주째 하락…9주 만에 1600원대
- 한화세미텍, SK하이닉스에 HBM 장비 첫 공급
- 수출입물가, 5개월 만에 '↓'…'환율·유가 하락 영향'
- 침묵 깬 이재용 회장, 주총서 ‘반도체’ 재도약 청사진 내놓나
- 카카오 노조 "다음 분사, 권고사직·매각 등 구조조정과 다를 것 없어"
- 포스코 회장 3연임 문턱 높였다..."투명 지배구조 확립"
-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 “기술 중심 100년 기업 도약”
- ‘3.6조 유상증자’ 한화에어로 경영진, 자사주 48억원 매수
- 네이버 "서비스 전반 AI 전환"...정기주총서 이해진 사내이사 선임
- HMM, 새 대표에 최원혁 전 LX판토스 사장 선임
- 네이버-카카오 엇갈리는 창업자 행보…AI 전략 경쟁 본격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