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지난해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의 지휘봉을 잡은 장소연(50) 감독의 ‘원팀 리더십’이 창단 첫 ‘10승’ 원동력이 됐다.
2021-2022시즌 V리그 여자부에 참가한 페퍼저축은행은 세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5승 이상을 이뤄내는 것도 버거웠다. 2021-2022시즌 3승, 2022-2023시즌 5승, 2023-2024시즌 5승에 그쳤다. 지난 시즌에는 V리그 역대 최다인 23연패의 수모까지 겪었다. 세 시즌 합산 성적은 13승 90패다. 경기 외적으로도 홍역을 앓았다. 지난 시즌 팀 내 갈등과 불화로 선수단의 불성실함이 도마 위에 올랐다.
베테랑 감독과 외국인 감독 아래에서 모두 실패를 맛본 페퍼저축은행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여성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지난해 3월 장 감독을 4대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장 감독은 한국 여자배구 레전드다. 다만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지 않고,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보니 현장 경험 부족 등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확신이 있었다. 장 감독 선임 당시 구단은 “장 감독은 여자배구단과 선수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강력한 리더십과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구단이 처한 상황을 돌파하고,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한 팀으로 만들어갈 소통 능력이 뛰어난 적임자다”라고 설명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장 감독의 조력자로 이용희 수석코치도 선임하면서 적극 지원했다.
장 감독은 부임 후 곧바로 원팀 만들기에 집중했다. 시즌을 앞두고 진행한 일본 전지훈련에서는 조직력을 가다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지훈련을 마친 뒤 장 감독은 “개인의 기량도 분명히 좋아야 하겠지만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모두 하나 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에게 팀 분위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장 감독의 지휘 아래 원팀으로 똘똘 뭉친 페퍼저축은행은 정규리그 개막전부터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한국도로공사를 제압하면서 창단 4시즌 만에 처음으로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승리했다. 이후 시즌 전반기에만 6승을 챙기면서 구단 최다승까지 경신했다.
페퍼저축은행은 19일 마침내 창단 첫 두 자릿수 승수를 쌓으면서 구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썼다.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정관장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1 25-23 25-13)으로 완승했다.
값진 승점 3을 더한 페퍼저축은행은 10승 19패 승점 30으로 6위다. 최하위(7승 22패·승점 24) GS칼텍스와 승점 차이를 6으로 벌렸다. 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창단 첫 최하위 탈출도 가능하다.
강상헌 기자 ksh@sporbiz.co.kr
관련기사
- 정규 1위 확정 미뤄진 현대캐피탈, 가장 큰 숙제는 '중압감 극복'
- 코트 떠나는 김연경, V리그 전 구단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이별
- 여자배구 2위 싸움 여전히 안갯속… 키워드는 '범실'
- 김연경 은퇴에 배구 인기 시들까 걱정… 우승 경쟁 사령탑·선수들도 아쉬움 가득
- '배구 여제' 김연경, 돌연 은퇴 선언... 결정적인 배경은
- 흥국생명, 현대건설 셧아웃 완파… 정규리그 1위 확정 눈앞
- '흥국생명에 완패'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 "만원 관중 앞에서 창피하게 경기했다"
- '정규리그 1위 눈앞'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 "최대한 빨리 결정짓고 싶다"
- 김연경 '은퇴 투어'에 수원체육관도 들썩… 만원 관중 운집
- 은퇴 투어·정규 1위 눈앞에도 부담 없다… '배구 여제' 김연경의 여유
- 블랑 감독 지도력에 삼각편대 활약까지, '7년 만의 정규 1위' 현대캐피탈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