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수요 증가에 따른 인력 보강 및 내부 재배치 나서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기업은 각각 다른 전략을 채택하고 차세대 모바일 HB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곳은 SK하이닉스다. 2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 삼성전자가 38%, 마이크론이 9%를 기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이 59%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HBM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HBM 큰손’인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납품 체제를 구축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3는 고성능 AI 칩(NVIDIA)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세대 HBM부터 적용한 독자 패키징 기술인 'MR-MUF' 공정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여 기술적 우위를 유지 중이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간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이다. SK하이닉스는 HBM3와 3E 8단 제품에 MR-MUF, 12단 제품에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적용해 양산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한 HBM3E 12단 제품은 올해 상반기 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를 추격하기 위해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 4분기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9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와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의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2025년 전체 HBM 비트 공급량을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HBM 기술 혁신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HBM3E(5세대) 8단과 12단 제품을 다수 고객사에 공급 중이며, 2025년 1분기 말부터는 HBM3E 개선 제품의 양산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6세대인 HBM4의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차세대 HBM4E 기반의 맞춤형 제품 개발도 일부 고객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기술에서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두 기업의 기술적 차이는 주로 패키징 방식에서 나타나며 이는 성능과 생산 효율성에 영향을 끼친다. SK하이닉스가 비용 효율성에 중점을 둔 패키징 방식을 채택했다면 삼성전자는 성능과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패키징 방식을 선택했다.
SK하이닉스는 더 효율적인 제조공정을 사용하며, 공정 방식 역시 간단하고 효율이 높은 편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DRAM 위에 필름을 놓고 가열 및 가압하는 방식으로 고성능을 목표로 하지만 일부 칩이 손상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SK하이닉스의 HBM3는 고성능 GPU를 생산하는 NVIDIA와 같은 기업들이 선호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HBM은 상대적으로 낮은 성능 요구사항을 가진 제품들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HBM 수요가 증가하면서 두 기업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인력 보강과 조직 개편에도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부 인력 양성과 외부 인재 영입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최근 '사내 커리어 성장 프로그램(CGP)'을 통해 HBM 설계, 어드밴스드 패키지 개발, AI 인프라, 고객 품질 관리 등 분야의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또한, 청주 M15X 팹 가동을 앞두고 이천캠퍼스의 D램 파트장급 인력을 재배치했으며, 현재는 팀원급 엔지니어를 모집 중이다.
삼성전자도 HBM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력 보강 및 내부 재배치에 나섰다. 메모리사업부 내 패키지개발 직무를 신설하고, 천안에 있던 패키지개발 인력을 기흥과 화성으로 이동시켜 R&D, 제조, 패키징 라인을 연결한 HBM 제조 환경을 구축했다. 또한, 'HBM 개발팀'을 신설하여 HBM3, HBM3E, HBM4 등 제품별로 나누어진 첨단 패키징 역량을 하나의 팀으로 통합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SK하이닉스에 뒤처진 HBM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HBM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인력 확보가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 기업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장하고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