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트럼프 대통령, 해외 건조 금지한 현행법 개정
美보다 저렴하고 중국과 무관해야 한다는 조건 내걸어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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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고예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조선업계와의 협력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최근 미 의회가 해군 함정 건조를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맡기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했던 미국 해군 함정 시장이 열리는 만큼 국내 조선 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3일 미국 의회에 따르면 공화당의 마이크 리, 존 커티스 등 상원의원 주도로 '해군 전투력 보장법(Ensuring Naval Readiness Act)'과 '해안경비대 대응력 보장법(Ensuring Coast Guard Readiness Act)'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외국 조선소에서 해군 함정 등을 건조하는 것을 금지하는 기존 법에 예외를 두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나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인도 태평양 지역 국가에 있는 조선소의 경우 해군 함정 건조를 맡길 수 있게 한 것이다. 한마디로 동맹국에는 이런 제한을 풀자는 의미다.

다만 법안에선 건조 비용이 미국 조선소보다 낮아야 하고, 동맹국의 조선소라 하더라도 중국 기업이나 중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 외국 조선소를 소유·운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해군 장관이 확인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앞서 미국은 1920년 제정된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연안 항구를 오가는 민간 선박은 자국 내에서만 건조하도록 한 존스법과 미국 군함을 자국 조선소에서만 건조하게 한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을 각각 도입해 자국 조선 산업을 보호해왔다.

일각에서는 미국 조선업이 중국과 비교해 크게 약화되고 해양 패권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자 동맹국의 협조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군함 건조부터 동맹국에 맡길 수 있게 규제를 풀기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조선업계의 인력난과 함정 생산·보수 능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해군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법안이 특정 국가를 협력 대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국가 중 첨단 해군 함정을 미국보다 저렴하게 건조할 역량을 보유한 국가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뿐이다.

한편 한국은 세계적인 선박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먼저 언급했던 만큼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조선업계에 큰 호재로 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주기회 확대 △선박 수리 시장 진출 △미국 시장 진출 용이 △경쟁력 강화 △MRO시장 진출 등 다양한 혜택이 예상된다.

미국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국내 조선업계는 새로운 기회를 맞아 적극적인 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군함 건조시장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최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미국 해군 함정 2척에 대한 유지·보수·정비, 이른바 MRO 사업을 따낸 한화오션은 최근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여 가장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회사 측은 “특수선 분야에서 함정 MRO, 군함 건조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군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해 기술력을 검증받은 HD현대중공업 역시 팔을 걷어붙였다. 4번 도크를 비워 군함 1척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했으며, 올해부터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본격 참여할 계획이다. 미국 해군 MRO 시장은 2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사업 수주에 성공한다면 향후 30년간 진행될 미국 전투함 건조 사업 수주에 유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외 지역에서 동맹국들이 함정 건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달 발주 예정인 사업에 입찰할 계획이며, 가격 경쟁력과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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