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재정 건전화' 등 미국의 이익이 중요
국경 안보·마약 문제 해결 협상 도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한 결정은 단순한 양보가 아닌 ‘벼랑 끝 전술’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한 결정은 단순한 양보가 아닌 ‘벼랑 끝 전술’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한 결정은 단순한 양보가 아닌 ‘벼랑 끝 전술’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저서 ‘트럼프: 거래의 기술’에서 강조한 “크게 생각하고 상대를 압박해 최대 이익을 추출하라”는 원칙의 구체적 실현이란 분석이다.

멕시코가 펜타닐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에 1만명의 군인을 배치하고 캐나다가 13억달러 규모의 국경 강화 예산을 편성하기로 약속한 점이 관세 유예의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국경 안보·마약 문제 해결의 협상 도구로 활용한 전형적인 사례란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보호무역 차원을 넘어 다양한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 카드의 배경으로 가장 설득력 있는 가정 중 하나는 재정 건전화다.

1월 기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1조4000억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 계획은 연방정부 재정을 연간 2000억달러 이상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외 생산 기업의 귀환을 유도하는 ‘니어쇼어링 압박’ 전략과 연동해 멕시코 현지 생산 한국 기업 500여개사가 관세 부과 시 미국 내 공장 이전을 검토 중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 이행을 통해 ‘강력한 리더십’ 이미지를 공고화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에 10% 추가 관세 부과 시 60%까지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반중 감정이 강한 공화당 지지층 결집 도모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을 심화시켜 반도체·배터리 관세를 통해 TSMC·삼성전자 등이 미국 내 생산 시설 확대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의 관세 확대 정책은 미국 경제에 이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긍정적인 효과를 보자면 단기적 성과로는 지난 1월 콜롬비아 관세 철회 협상에서 농산물 시장 개방 확약을 획득하는 등 단기 이익은 있어 보인다. 이에 힘입어 관세 전쟁을 부추기면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은 미국내 인플레이션 가속화가 꼽힌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관세 부과 시 미국 CPI가 0.6%p 상승하고 GDP 성장률이 0.2%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소비자 부담도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울프 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25% 관세 적용 시 미국 내 자동차 평균 가격이 3000달러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1기(2017-2021) 관세 정책이 주로 중국 겨냥한 ‘일대일 압박’에 집중했다면 2기 정책은 ‘다자적 포위망’ 구축으로 전환된 것은 눈에 띄는 점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는 내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강조한 데서 드러나듯, 경제적 도구를 넘어 지정학적 통제 수단으로 진화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의 관세 공세에 대한 각국 반응은 반발이 대부분이다. 멕시코·캐나다는 반발을 하면서도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체제 내에서의 협상 권한 확보를 위해 30일 유예 기간 동안 추가 양보를 모색하고 있다.

EU는 2월 3일 발표한 ‘반관세 방어 메커니즘’을 통해 미국산 농산물에 35% 역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대(對)미 수출 다변화를 위해 러시아·중동으로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는 한편 지난 1월 대러시아 수출액이 전년 대비 40% 증가하는 등 수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의 전략은 꽤 복합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대중국 관세 10%p 인상 시 한국의 대미 수출이 2.2%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지만 보편 관세 확대 시 448억달러 규모의 수출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닷(dot)관세 리스크 헤징을 위한 다각화 전략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대해 시장 업계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협상용 수단일 뿐 실제 시행 규모는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관세 확대 시 2026년 미국 GDP 성장률이 1.4%p 감소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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