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반도체‧철강 등에 추가 관세..한국산 제품에도 영향 미칠 전망
韓 1월 34억달러 대미 무역흑자...정부, 추가 관세 대응책 마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무역전쟁을 개시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와 철강 등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25%,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올해 1월 대미 무역수지에서 34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낸 우리나라도 미국의 관세전쟁에서 예외가 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규제 완화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 가진 질의응답에서 “조만간 반도체와 석유, 가스에 관세를 매길 것”이라며 “이들 품목에 대해 오는 18일경부터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반도체 관련 장비 등도 관세 품목에 포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구체적인 시행 일정을 밝히진 않았지만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구리 등으로 점차 확대하겠다는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추가 관세는 4일부터 부과되는 멕시코와 캐나다(25%), 중국(10%) 등 국가별 수입품에 대한 관세와는 별개로 국가 경쟁력의 핵심 품목만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관세 장벽을 세워 미국을 다시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며 “관세는 우리를 매우 부유하고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공언한 것처럼 철강과 반도체 품목에 추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우리나라 수출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한국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와 철강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0.6%, 5.4%다. 

지난해 연간 수출이 전년보다 5.4% 줄었던 철강 제품은 올 1월에도 4.9%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말 산업연구원은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과 한국 등 기타 주요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10.2%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미국으로 직접 수출한 반도체는 106억달러(약 15조4500억원) 규모다. 중국·홍콩·대만·베트남에 이어 5위로 지난해 전체 반도체 수출액 1419억달러에서 7.5%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전체 반도체 수출에 영향이 크지는 않지만 미국으로 직접 가지 않고 재가공 등을 위해 다른 국가로 수출돼서 유입되는 경우가 있어 미국이 어디까지 관세를 부과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한국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이어 가면서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 1월 우리나라 대미 수출액은 93억 달러로 집계됐다. 일평균 수출 기준으로 보면 1년 전보다 8.7% 증가했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는 557억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편 삼성과 LG전자 등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도 준비해온 사업들을 실행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현지 생산 강화, 중남미·호주·유럽 등으로의 수출국 전환 등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 본토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 비용이 불가피해 관세 부과와 추가 비용 중에서 더 효율적인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 중이다.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마련한 기업들은 현지의 저렴한 인건비가 가장 큰 이득이었다. 지난해 기준 미국 제조업 평균 임금은 시간당 28.34달러로 멕시코(3.7달러)의 8배에 달한다.

미국 생산공장의 자동화율이 높으면 현지 인건비 부담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동화율을 단시간 내로 끌어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또 소재와 부품 등을 아예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이러한 설비 투자가 단기간에 가능하지 않고 관세정책을 피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출기업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출기업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불확실한 통상 환경에 대비해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오는 4월 1일까지 트럼프 2기 정부의 새로운 무역 정책 틀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우리나라의 부담 요인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등 관계부처 장관들과 함께한 수출기업 오찬 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 조치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새로운 통상환경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새로운 환경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산업별 이슈를 꼼꼼히 점검하고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출기업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60조원의 수출금융을 공급할 계획이며 해외전시회‧무역사절단 등 수출 지원 사업에 전년 대비 40% 증가한 2조9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이달 내 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하고 범부처 ‘비상수출대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김태형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