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지난해 예측 빗나가...2027년까지 매년 새로운 기록 경신 전망
중국, 다른 국가보다 30% 더 많은 석탄 소비...1/3 발전소 연소
“기상 변화와 전력 수요 증가 속도가 석탄 수요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올해 전 세계 석탄 사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중국이 전 세계 다른 국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석탄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추세는 재생에너지가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중국의 석탄 소비가 안정되면 2027년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 석탄 시장 보고서 ‘석탄 2024’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은 87억7000만t(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IEA의 지난해 예측이 빗나갔음을 보여준다. IEA는 지난해 세계 석탄 사용량이 2023년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특히 발전소에서의 석탄 사용이 소비량 증가의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또 중국이 전 세계 다른 국가를 모두 합친 것보다 30% 더 많은 석탄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IEA는 중국의 올해 석탄 수요가 49억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석탄의 3분의 1이 중국의 발전소에서 연소됐다. 하지만 중국은 올해 전력 부문 다각화를 지속하고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확대하며, 태양광과 풍력발전 설비의 대규모 확장을 가속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2027년까지 석탄 소비 증가를 억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보고서는 이에 따른 여러 불확실성도 함께 지적했다.
운송과 난방의 전기화, 냉방 수요 확대, 데이터센터 같은 신흥 산업의 전력 소비 증가 등으로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전력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과 기상 변화가 단기적으로 석탄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2027년까지 중국의 석탄 수요가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세에 따라 예상보다 최대 1억4000만t 더 많거나 적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의 석탄 수요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인도의 올해 석탄 소비량은 지난해 대비 7000만t 증가한 13억15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석탄 수요는 연간 2.6% 증가해 2027년까지 14억2100만t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IEA는 밝혔다.
또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신흥 경제국에서도 석탄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석탄 수요가 주로 전력 부문에 사용되고 있지만, 산업용 석탄 사용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반대로 유럽연합(EU),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석탄 수요가 이미 정점에 도달해 2027년까지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감소세는 둔화했다. 지난해 석탄 소비량이 EU와 미국 각 23%, 17% 줄었지만, 올해는 각 12%, 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인 랫클리프 발전소를 폐쇄하면서 142년 만에 석탄발전을 완전히 퇴출했다. 이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 최초다.
IEA는 “수년간 예상돼 왔고, 재생에너지 발전이 50%에 달해 랫클리프 발전소 폐쇄가 석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지만, 이는 매우 상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도 석탄 소비량이 줄었을 것으로 예측됐다. IEA는 “한국은 원자력 발전 용량이 2.8GW(기가와트) 추가돼 석탄 소비량이 2023년 대비 700만t 감소한 1억1400만t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5년에는 1.4GW의 원자력 발전이 추가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 정부는 올해 5월 재생에너지와 복합가스터빈(CCGT)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발표해 석탄 소비량은 2027년까지 1억600만t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렇듯 선진국에서는 석탄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신흥국의 빠른 발전으로 2027년까지 계속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관측됐다.
IEA는 2027년 석탄 수요는 올해보다 약 1% 증가한 89억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석탄 수요가 2030년까지 감소세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을 수정한 것이다. 더불어 최근 몇 년간 석탄 수요가 IEA의 예측을 지속해서 초과해 왔던 만큼, 실제 수요는 이번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이러한 전망은 3년 전 글래스고 기후회의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석탄 시대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선언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선진국이 석탄 사용을 줄이고 있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국가들의 수요 증가로 인해 석탄은 여전히 값싼 에너지원으로 여겨진다. IEA는 이는 석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외면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지구 평균 온도 상승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 안에 석탄 사용을 대폭 줄여야 한다. 하지만 EU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이미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62도 높았다고 발표해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이 실패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인 석탄의 수요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의 빠른 보급으로 다소 둔화할 전망이지만, 재생에너지가 기록적인 속도로 확대되더라도 석탄 수요의 증가를 멈추거나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사다모리 게이스케 IEA 에너지 시장 및 보안 담당 디렉터는 성명에서 “우리 모델에 따르면, 전 세계 석탄 수요는 2027년까지 정체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력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게이스케 디렉터는 이어 “다만 단기적으로는 기상 변화가 석탄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중기적으로는 전력 수요 증가 속도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