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석연료 금융 제한 제지하고 있어"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한국이 전 세계 기후 악당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19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국은 '오늘의 화석상' 1위를 기록했다. '오늘의 화석상'은 세계 150개국 2000개 넘는 기후환경 운동단체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International)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기간 중 하루에 한번꼴로 기후협상을 늦춘 국가를 선정해 수여하는 불명예 상으로, 1999년부터 시작됐다. 한국은 지난해 3위로 처음 수상국 명단에 오른 바 있다.
이날 시상식 사회를 맡은 기후행동네트워크의 활동가인 케빈 버크랜드(Kevin Buckland)는 "현재 파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협상 중인 37개국 가운데 30개국은 이미 화석연료 금융 제한에 동참했지만 오늘의 수상자(한국)가 이를 제지하고 있다"고 1위에 오르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9월에 유출된 (한국의) 정부 문서는 정부가 어떻게 건설적이지 못한 협상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드러냈다"며 "전 세계적으로 치명적인 홍수, 폭풍, 폭염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화석연료 산업 지원을 위해 공적금융을 사용할 때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BTS나 삼성, 삼겹살(Korean BBQ)이 한국을 트렌드 선도국으로 만들지 모르겠지만, 화석연료 금융에 있어서 한국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화석연료에 투입한 공공금융 규모가 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2020년 말 탄소중립 선언 이후, 해외 화석연료 투자액을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의 신규 해외 화석연료 사업 투자액은 14조3218억원(2017~2020년)에서 20조3537억원(2021~2024년)으로 40%가량 급증했다.
국제사회는 화석연료 수출금융 제한을 논의 중인 반면 한국은 반대 의사를 표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OECD는 '무제한 석탄화력발전소 자금조달 금지 조치'를 확대할 계획으로, 협약 참가국 대부분이 찬성을 했지만 한국 정부는 반대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톱 토탈의 활동가인 플라비 마할린(Flavie Mahalin)은 "프랑스 석유 기업 토탈 에너지스(Total Energies)가 주도하는 모잠비크 액화가스(LNG) 사업에 한국 수출입은행이 막대한 재정 지원을 약속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하기 위해 (비판에) 동참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이 사업을 즉각 철수하고, 더 이상 화석연료 사업에 공적 금융을 제공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그린피스, 기후솔루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등 4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에 즉각 화석연료 금융 제한을 촉구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정부가 OECD 협상에서 LNG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 중단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은 메탄 배출을 줄이겠다는 국제적 약속과 책임을 외면하고,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천명한 행위"라며 "정부는 가스 중독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자세로 탈화석연료를 향한 국제 협력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