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직후, 연기금 국내 증시서 1조원 넘게 순매수 나서
[한스경제=박영선 기자] 국내 증시 저평가에 따른 벨류업은 정부의 주요 과제로 꼽혔다. 이에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젝트'에 따라 '3000피' 기대감이 일었지만, 이에 따른 상법 개정안과 지원안이 지지부진해지며 뚜렷한 상승 동력을 얻지 못했다. 이후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과 국내 기업 실적 우려가 중첩되면서, 하반기 하락세가 장기화됐다. 이에 <한스경제>는 올해 국내 증시의 주요 이슈를 점검해 보았다. <편집자 주>
올해 상반기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던 국내 증시는 하반기에 이르러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국내외 변동성이 확대됐고 내수 부진, 기업 실적 하락 우려 등이 산적한 상태였다. 아울러 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기조에도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과 고려아연 MBK의 경영권 분쟁 등 주주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관련 신뢰도도 하락한 분위기다.
특히 내년을 코앞에 두고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면서 국내 증시시 선호도가 빠르게 하락하는 가운데, 연기금이 증시 하락을 방어할 구원투수로 나섰다.
당초 연기금을 지탱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올해 해외 증시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올해 5월말 국민연금은 기금운용회의에서 2029년말까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13%까지 축소하는 내용의 중기자산배분안을 내놨다.
또한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이었던 15.4%를 0.5%가량 점진적으로 축소한다고 가정했으며, 내년 국내 주식 목표 비중도 14.9%로 결정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가총액 총합의 5.8%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증시 변동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하반기에 접어들어 국내 주식에서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수익률은 9.18%로 운용 수익금은 97조 2434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산별 잠정 수익률은 국내 주식이 0.46%, 해외 주식이 21.35%, 국내채권이 4.09%, 해외채권이 6.97%로 집계됐다. 한국의 WGBI지수 편입 등으로 인해 시장에 호재가 들면서 국내 채권 수익률은 오름세를 시현했지만, 국내 주식 수익률은 0%대를 기록하면서 부진한 흐름이다.
올해 8월말 기준으로만 해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잠정 수익률은 3.78%, 해외주식 잠정 수익률은 19.22%를 기록했다. 11월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낙폭이 확대된 코스피가 3분기 중 7.31% 내리면서 타격을 피할 수 없었던 반면, 해외 주식은 동기간 상승 흐름을 이어간 것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국민연금은 이날 하루동안 국내 증시에서 약 4000억원을 사들였다. 이는 약 2년만에 최대로, 연기금은 비상계엄을 기점으로 국내 증시에서 1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패닉셀 방어에 나섰다.
이렇듯 국민연금은 향후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을 줄이고 해외로 눈길을 돌려 수익을 기대했던 상황이다. 그러나 12월 비상계엄 발발로 2400선이 무너지면서 저점 매수 차원에서 국내 매수량을 늘렸지만, 이는 적극적인 수익 창출보다 연내 목표 투자량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앞서 연기금은 팬데믹 급락장 당시에도 증시가 최저점에 달했을 때 저가 매수를 늘리며 시장을 끌어올린 바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을 기점으로 환율 상승폭이 확대되자 당국은 국민연금을 통해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증권가는 원·달러 환율이 14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1450선은 2022년 러-우전쟁 당시 환율 고점 수준이며, 우리나라의 GDP 대비 순대외자산규모는 당시 41%에서 올해 3분기 51.4%까지 늘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서 자산(내국인의 해외투자)과 부채(외국인의 국내투자)간 차이를 고려하면 1450원이라는 숫자가 무리는 아니다"며 "당국의 개입 의지가 충분하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당국은 11월말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를 500억달러 규모로 연장했으며 10월부터 국민연금의 외화선조달 한도 확대를 시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계엄 사태 이후 당국은 RP 매입 등 무제한 유동성 공급 의지를 밝힌 상황으로, 1450원 이상의 추가 상승 압력은 제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영선 기자 pys71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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