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은 오프라인 경쟁력 키워야..."온라인 주도권 상실, 대규모 투자는 안돼"
호텔은 코로나 전 업황 회복...인력난은 과제, 면세점은 필요하다면 인력·매장 구조조정
화학은 중국 공급 과잉으로 다운사이클 국면...글로벌 침체에 정부 지원 필요한 업황
건설사만의 리스크 아냐...프로젝트 참여 주체들 분담, 금융사는 금리 고민 덜어줘야
[한스경제=이호영 기자] "과자와 껌, 햄버거...백화점과 마트, 편의점, 홈쇼핑, 여행, 놀이 시설, 영화관"
롯데그룹하면 떠올리게 되는 대표 제품과 업종들이다. 생활 필수 소비재 중심의 식품·유통·관광이 주력인 탓에 롯데그룹은 재계 어느 그룹보다 국민들에게 친숙하다.
소비자들에게 가깝고 익숙하긴 한데 롯데그룹은 기업으로서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또 8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석유화학·건설·금융까지 다양한 업종을 아우르면서도 재계 다른 그룹들에 비해 이렇다 할 경쟁력을 갖춘 일등 전문 분야가 없다는 것도 현재 롯데가 답보 상태에 빠진 치명적인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개책은 뭘까. 위기설을 지속시키는 업황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재계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139조원대 자산을 재원 삼아 좋은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롯데만의 신수종 사업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롯데그룹은 이미 그룹 내 자산 규모가 큰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위주로 자산 유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리츠를 통해 꾸준히 유동화 규모를 키우고 있고 최근엔 직접 백화점 센텀시티점 부지 매각도 모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에셋라이트 전략 방향에 따라 10월부터 LUSR 등 저효율 사업 구조조정과 비핵심 사업 매각에 나선 상태다. 최근엔 호텔롯데 롯데렌탈 지분을 팔며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을 가시화하고 있다. 당장 롯데케미칼로부터 1조3000억원, 롯데렌탈에서 1조6000억원을 쥐게 됐다.
◆ 롯데그룹 강점은 '자산'..."인재·신수종 사업에 과감한 투자 필요"
현재의 위기 상황에 맞서 재계 서열 6위의 롯데그룹도 가장 큰 장점인 자산을 활용해 재계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인재 발굴과 관리, 미래 신수종 사업이나 과감한 미래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엇보다 현재 롯데그룹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상황은 딱히 콕집어 내세울 만한 일등 분야가 없다는 데 있다. 거칠게 말해 시장에서 롯데그룹의 어정쩡한 위치가 지금의 모든 힘든 상황을 말해준다고 정연승 전 한국유통학회장은 지적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시장에서는 1, 2등만 살아남는다"며 "롯데그룹은 포트폴리오 업종 구성이 다양하다. 문제는 시장 경쟁은 심화하는데 눈에 띌 정도의 일등 분야나 기업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롯데 계열사들뿐 아니라 선두를 제외한 모든 중간 기업들은 상당히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아예 상당히 저가 중심의 기업이 살아남고 대부분 양극화하는 그런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롯데기업들은 딱 그런 중간에 있는 셈"이라며 "요즘처럼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한국 내수 부진 상황 속에서 화학까지 롯데 기업들이 제일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라고 했다.
롯데그룹이 처한 환경적으로는 이런 배경이 있다면 내부적으로는 무엇보다 다른 그룹들에 비해 인재 개발, 인력에 대한 관리나 투자가 안 보인다는 점을 현재 롯데그룹 정체 상황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 교수는 꼽았다.
정 교수는 "재계 다른 그룹들에 비해 인재 관리나 투자가 상대적으로 좀 부진한 게 사실"이라며 "이에 따라 다른 그룹에 비해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좋은 인재들을 과감히 데려오고 키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 10대 그룹으로서 롯데의 가장 큰 강점은 자산"이라고 봤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라도 좀 과감히 인재에 대한 투자, 신규 사업이나 미래 수종 사업에 대한 도전을 통해 일류·선두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루는 일련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유통·호텔 "유통, 이미 온라인 주도권 상실...이제 대규모 투자는 안돼" "면세점, 필요하다면 매장 정리, 일자리 유지는 고민해줘야"
정연승 교수는 "롯데는 유통 분야 온라인은 이미 주도권을 뺏긴 상황"이라며 "지금 온라인에 뭔가 대규모로 투자하거나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롯데그룹은 유통 경우 오프라인을 근간으로 하는 경쟁력 강화가 가장 중요한 전략이 돼야 한다"며 "이런 경쟁력을 키워 선두그룹을 계속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정연승 교수는 "롯데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인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에서 생존해야 하고 이 오프라인에서 사업 경쟁력을 최고치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물류 역량이라든지 제품력, 소위 머천다이징에 주력해야 한다"며 "이런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풀필먼트같은 온라인 대응 역량을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호텔만 보면 업황 회복과 맞물려 활황세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호텔 업황은 굉장히 좋다"며 "코로나 사태 전까지로 영업이 거의 다 회복돼 앞으로 더 좋아질 여지가 크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다만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줄어든 인력과 인력난, 기존 인력들의 업무 피로도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또 객실 대여·서비스 등 호텔업만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지 않다. 롯데호텔, 조선호텔 등 빅 브랜드들도 매출 3000억원이 쉽지 않다. 영업이익은 최대 1000억원, 통상 500억~600억원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20%를 넘기가 어렵다. 그동안 매출을 견인해온 것은 면세점 사업부였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 국내 업계 1위를 달렸던 롯데면세점이 처한 업황은 중국이 자국 면세점을 강화하는 데다 내수 부진이 심화하며 내년에도 암울하다. 황선규 한국면세점협회 단장은 "현재로선 2018~2019년처럼 호황이 되기엔 어려운 실정"이라며 "여행 패턴·소비 변화가 너무 크다. 여행객 패러다임 변화로 면세점업은 사실상 지금부터가 코로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것"이라고까지 봤다.
해외 관광객은 2019년 대비 96%까지 회복되고 있지만 한한령 해제 후에도 중국단체관광객(유커)·보따리상(따이공) 회복이 더뎌지며 극심한 부침을 겪고 있는 면세점 경우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인력·매장 구조조정도 선택지에서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업계가 모두 매장을 줄이면 자연히 인력까지 구조조정되는 상황이어서 사업을 아예 접지 않는 이상 장기적인 업태 경쟁력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도 본다.
◆ 화학·건설 "잘 나가는 반도체도 조단위 지원...화학, 정부 지원 필요한 업황" "건설사 리스크는 건설사만의 리스크 아냐"
글로벌 화학업황은 중국 설비 증설과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 과잉 상황으로 다운사이클이 길어지면서 반등이 쉽지 않다.
롯데케미칼도 이미 공급과잉으로 제품 가격이 많이 떨어진 범용 제품에서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보고 매출 60% 가까이 됐던 기초화학사업을 2030년까지 30% 이하로 줄이고 첨단소재사업을 늘려나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범용 경쟁력을 상실했다면 과감히 접고 다른 고부가가치 쪽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게 맞다"며 "현재대로 기초 부문을 가지고 가면 더 힘들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도 롯데만의 상황이 아니다. 화학기업들이 공장을 끄고 있는데 이것도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며 "대만, 일본, 동남아시아도 그렇다. 심지어 중국도 별로 안 좋은 걸로 안다"며 "다만 중국은 자국 내수가 받쳐주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개별 산업군, 기업들로서 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역사적으로도 정부에서 지원해준 적도, 구조조정한 적도 있다. 석유화학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한 70년대부터 세금도 많이 냈을 테고 화학에도 제3의 시각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업황은 이 정도까지 심각한 상태에 와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건설업계는 롯데건설 경우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 부채 문제가 이미 상당히 정비가 완료됐다고 보고 있다. 다만 업황이 고금리, 고물가로 악화되며 국내 건설 시장 자체가 어려움이 지속되자 시장의 주시도 계속되는 것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2년이나 지났는데도 롯데건설이라는 한 기업에 대해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PF 우발 채무 상황은 일단락됐는데 그때 거론되던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인 데다 이젠 직접적으로 롯데건설을 지원해주던 모체인 화학 분야가 어렵다보니 엮여 다시 우려 받는 상황"이라고 봤다.
이어 "이 PF라는 것이 수만 채의 주택 공급과 일반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해 국민들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PF는 좀 더 근본적으론 시행사가 기획한 프로젝트를 보고 돈과 땅을 빌려주는 금융사와 토지주 등 모두가 사업에 주체로 참여하는 것인데, 사업 리스크를 분담하는 게 아니라 리스크는 오롯이 건설사 몫으로 돌려지는 책임 준공 관행도 원인"이라고 했다.
이어 "건설사 리스크는 사실상 건설사만의 리스크가 아니다"며 "금융사 등도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리스크를 같이 분담하고 이익도 나누겠다는 의미"라며 사업 참여 주체들 인식의 변화, 건설 사업 전반에 대한 일반의 이해 확대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 "리스크 분담만 해결되면 되는 문제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건설사 신용도가 조금 안 좋다거나 업종 자체 신용도가 안 좋으면 자금 조달에 최대 20% 금리가 붙은 적도 있다. 이를 감당하면서 생존할 수 있겠는가의 문제"라며 금융사도 프로젝트 리스크뿐 아니라 조달 자금 금리에 대한 고민을 나눠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호영 기자 eesoar@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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