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내년 신학기 도입 예정...'AIDT 교과 지위 박탈' 법안 국회 통과
이주호 "차질 없게 하겠다"…1년 사업 미리 준비해온 교과서업체들 날벼락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AI디지털교과서(AIDT)가 내년 의무교육 과정에 처음으로 도입되나, 3일 '비상계엄' 사태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교과서 업체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AI디지털교과서(AIDT)가 내년 의무교육 과정에 처음으로 도입되나, 3일 '비상계엄' 사태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교과서 업체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 연합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가 내년 신학기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지만 비상계엄 및 탄핵정국 여파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교과서 업체들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교육부의 AIDT 최종 검정심사가 완료되면서 초등학교 3~4학년과 중·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정보·영어 교과 AIDT로 12개 출원사의 76종이 선발됐다. 3개월의 현장적합성 검토가 완료되면 내년부터 이들 4개 학년의 학생들은 태블릿을 통해 교육부 웹 클라우드에 있는 AIDT를 사용하게 된다.

이는 지난달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AIDT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틀 뒤의 일이다. AIDT가 교육자료로 규정된다면 각 학교가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과서 발행사들의 1년치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만약 교육자료로 규정된다면 현장에서는 AIDT를 많이 선택할 것 같지 않다"고 추측했다.

AIDT 교과서 발간을 준비중인 발행사들로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AIDT에 대한 야당의 반대가 거세져 이미 투자한 사업의 존속여부가 위태로운데다 교육부조차 AIDT 로드맵을 전격 수정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26학년도부터 도입하기로 했던 초등학교 국어, 실과와 중학교 국어, 기술·가정은 '적용 제외' 과목에 포함됐고 2028학년도에 도입 예정이었던 고등학교 국어, 실과는 제외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사회(역사)·과학, 중학교 과학은 도입 시기를 1년 미뤄 2027학년도에 도입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AIDT 도입 계획을 조정한 배경에 대해 "전문가와 교원의 의견, 현장, 정책 상황 변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10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의 AIDT 도입 교과목 조정 요청과 야당의 반대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5일 "6·25 전쟁 때에도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쳤다"라며 "교육만큼은 100m 달리는 속도로 계속 뛸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개혁의 동력은 이미 많이 확보됐고, 이제 많은 정책이 뿌리내리고 꽃을 피우는 상황인 만큼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로 대통령 탄핵소추 논의가 거세지며 내각 총사퇴가 논의되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교육 만큼은 계속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AI디지털교과서(AIDT)가 내년 초·중·고등학교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첫 도입을 앞두고 있으나,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교과서 업체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AI디지털교과서(AIDT)가 내년 초·중·고등학교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첫 도입을 앞두고 있으나,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교과서 업체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 연합

그러나 업계의 고심은 커져간다. 11월 첫 검정 결과 발표에서 업체들의 AIDT가 무더기로 탈락하면서 일각은 '두루뭉실한 가이드라인'을 원인으로 내세우는 등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던 와중이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4월부터 'AIDT 매칭데이'를 통해 교과서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이 협력해 AIDT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형태의 사업인 탓에, 초반 서비스 기획 기간이 길었고 교과서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이 합을 맞추는 데도 시행착오가 많았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애매모호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교육부에서 새로 요청하는 웹 접근성이나 보안인증 등 조건을 지키며 기간 내에 개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AIDT 교육자료 격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비상계엄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AIDT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위기도 커졌다.

이 관계자는 "이미 AIDT 로드맵이 수정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2026년 이후 과목들은 로드맵 발표나기 전부터 보류하자,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 다만 너무 큰 규모의 금액을 투자했기에, 발행사들은 시작한 과목에 한해서는 끝까지 간다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11월 검정 탈락으로 내년 1학기 교과서를 판매하지 못하게 된 발행사들은 2월 재검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종이 교과서 채택이 완료된 상태에서 발행사들이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동력은 2학기 AIDT 뿐이다. 검정 합격한 AIDT 업체들이 인터넷에 전시한 교과서 샘플을 확인한 뒤 미흡함을 인정하고 다음 학기 AIDT 사업에 대한 감을 잡고있다는 후문도 나온다. 

하지만 2026년도 AIDT 사업마저 불확실성에 놓여있다. 교과서 사업은 1년 미리 준비해야 하는 탓에 많은 업체가 벌써 내후년도 검정 준비를 시작했다. 현재 AIDT로 전환되는 과목이 수학·영어·정보 등 일부뿐이고 나머지는 종이 교과서도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교과 전문인력은 분산된 상태다. 종이 교과서도, AIDT도 질적 저하의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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