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질서 있는 조기 퇴진 구체적인 방안, 당내 논의 중”
국민의힘 이탈표 향방, 한동훈 대표 리더십에 좌우될 전망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보고, 14일 표결을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탈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7일 진행된 탄핵소추안 표결에서는 안철수, 김예지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김상욱 의원은 당론에 따라 반대표를 던졌지만 윤 대통령이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혀 이탈표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어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추진했지만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며 불참해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00명 과반 발의와 재적 3분의 2인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범야권의 의석수가 192석임을 감안하면 여당에서 최소 8표의 이탈표가 나와야 탄핵안이 가결된다.
현재까지 국민의힘은 탄핵을 반대하는 당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 요구를 피하면서 정권을 연장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지난 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한 대국민 담화에서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당내 논의를 통해 신속히 제시할 것”이라며 “특히 윤 대통령이 퇴진하기 전에도 국정에 관여하지 않고 외교 등 모든 행정을 독립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9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대표를 겨냥해 “두 한(韓)씨의 반란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8일에는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지 여당의 대표를 뽑은 것이 아니다”라며 “여당이 국정 운영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무시하고자 하는 행동은 2차 내란”이라고 비판했다.
여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결국 탄핵 향방의 키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탈표에 달려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국민의힘이 당론에 따른 대오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론의 흐름과 앞으로 수사가 진행되며 나오는 여러 증거들이 쏟아지면 국민의힘 의원들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특히 같은 당내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중진의원과 원로들이 의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한 대표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는다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순식간에 탄핵 찬성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대표의 리더십을 직접 타격하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사태가 오게 된 건 초보 대통령과 초보 당 대표 둘이서 반목하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 아니냐”며 한 대표 책임론을 부각했다. 그는 한 대표가 “대통령의 직무를 배제할 권한이 없다”며 “오직 탄핵 절차를 통해서만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은 니(한 대표)한테 국정을 맡긴 일이 없다”며 “탄핵사태까지 왔으면 당연히 당 대표도 그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탄핵 때도 당 대표는 사퇴했다”며 “더 혼란이 오기 전에 너도 사퇴해라”라고 일갈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탄핵 대신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총리가 국정을 관리하는 게 불법,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지난 8일 정치학자 573명은 시국선언을 통해 “대통령의 2선 후퇴는 눈속임”이라며 “대통령 아닌 다른 자가 대통령의 국정을 대신 하는 것은 불법이며 국정농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무슨 헌법적 권한으로 총리와 여당이 국정을 주도한다는 말인가”라고 따져 묻는 등 위법, 위헌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친윤(친 윤석열)도 친한(친 한동훈)도 아닌 소수파로 종종 당론과 반대되는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이탈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의원들로 분류된다. 지난 ‘채상병 특검법’에서는 안철수 의원을 포함해 총 4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져 당과는 다른 소수 의견을 낸 바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9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비상의원총회, 중진 회동에서 윤 대통령 퇴진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 내부 격론을 이어갔지만, 구체적 결론은 내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중진 회동에서는 “우리끼리 조기 퇴진이냐 탄핵이냐 구도로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친한계를 향한 성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