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신뢰도가 실추...일본처럼 기업 지배구조 개정 노력 필요
[한스경제=박영선 기자] 국내 증시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밸류업 지수도 힘을 잃는 가운데 정부가 증시 부흥에 나섰다. 당국은 밸류업 펀드 조성을 위해 2000억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물론, 지수 종목 특별 편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가 뚜렷한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란 시각이 일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당국이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 지난 9월 25일 1017.27선이던 밸류업 지수가 지난 19일에는 960.89를 기록, 6.4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전자가 3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지수가 추락한 것이다.
올해 지난 1월 2일 유가증권시장은 2669.81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10개월 반이 지난 20일에 2482.29로 장을 마감했다. 9%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난 9월 26일~11월 19일동안 코스피는 199.62포인트 내리면서 7.4%나 감소했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줄어든 양상이다. 9월 26일 코스피 일평균거래대금은 11조 6024억원을 기록한 반면, 19일에는 9조858억원으로 21.6%가 줄었다. 특히 올해 초2660선을 상회하던 코스피는 현재 2400선에 머물며 부진이 장기화됐다.
이처럼 국내 증시 하락에 따른 밸류업 지수의 하방 압력이 커지자, 지난 18일 금융당국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증시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국내 증시가 과한 낙폭을 보인 동향을 파악하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또한 대내외 불확실성을 경계해 시장 동향 파악에 주력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면서, 상장기업들이 밸류업 공시 등을 통해 투자자 간 소통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을 강조했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유관기업과 함께, '밸류업 펀드' 조성에 2000억원을 투입, 이번주에 자금 집행을 시작했다. 아울러 거래소는 3000억원 규모의 2차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어 19일 한국거래소는 지난 9월 24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공시를 이행했거나 연내 공시를 계획중인 기업들이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구성 종목 특별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종목 편출은 진행하지 않고, '특별 편입'만 진행한다.
지수 발표 당시 공시 기업은 12개곳에 불과했지만, 발표 이후 상장기업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기업이 32개곳으로 늘어나면서 지수 추가 편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규편입 심사 대상은 오는 12월 6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으로, ETF 등 연계상품 운용에 불편이 없도록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특별 편입만 실시한다.
이처럼 정부가 국내 증시를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 계획을 발표하며 움직이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미온적인 분위기다. 특히 이번 밸류업 지수 종목 추가 편입과 펀드 자금 확대가 지수의 성공에 따른 연장선이 아닌, 맥을 잃은 증시에 추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읽히면서 투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기 힘든 모양새다.
지수 발표 당시 한국거래소는 지수 종목 구성에 지적을 받아왔다. 저평가 된 기업을 선별해 종목 가치를 끌어 올린다는 밸류업의 근본적인 취지에서 벗어나 보이는 대형주들이 대거 포진한데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예상 종목들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고려아연과 같이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임에도 적대적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주주 권익 제고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 종목들에 대한 별다른 제재도 없어 '밸류업'의 취지를 명확히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공개매수를 진행한 직후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 고려아연은 주주들의 비난과 함께 금융당국의 압력이 거세지자 시장에 혼란을 미친 데 사과하고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올해 YTD 수익률을 기준으로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한 한국 증시의 기본 체력을 살펴보면 상반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유입됐던 외국인 투자자본이 하반기 들어 빠져나갔고 국내 개인투자자들마저도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과 가상자산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해석했다.
김 연구원은 "정책 추진 동력이 되어야 할 법안 개정이 늦어지고 있는데다 고려아연과 같은 국내 기업들의 행보가 이어지면서 한국 자본시장 신뢰도가 실추됐다"면서 "일본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는 앞서 10년간의 기업 지배구조 개정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영선 기자 pys71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