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토레스·트랙스 신차 효과 뒤 판매량 '뚝'
토레스 2년 지나 1000대↓…트랙스 반토막
단일 차종 의지 지나쳐…업계 다품종 속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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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최창민 기자]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국내 중견 자동차 업체들이 '원 카 리스크'(one-car risk)에 빠졌다. 신차 효과 이후 판매 실적 부진의 사이클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 내외에서는 별다른 신사업을 전개하지 않는 업계의 특성상 차종 다변화 통한 리스크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내수 시장에서 인도를 시작한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는 9월 3900대, 10월 5385대가 팔리면서 두 달간 9330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10월에는 내수 하이브리드 SUV 시장에서 점유율이 30%를 상회하면서 흥행 기록을 쓰고 있다. 이 기간 르노코리아의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340.7% 증가한 6395대를 나타냈다. 그랑 콜레오스 단일 모델의 판매 비중은 84%에 육박했다.

신차 효과는 KGM과 한국GM에서도 확인된다. 쌍용자동차에서 KGM으로 바뀐 사명을 시장에 각인시킨 주인공인 토레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2년 7월 내수 시장에 본격적인 인도를 시작한 토레스는 같은 해 판매량이 2만2484대를 기록, KGM 전체 차종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이듬해 3월에는 6595대가 팔리면서 정점을 찍었다.

한국GM에서는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4월 출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출시 두 달 만에 6500대가 팔려 돌풍을 일으켰다. 이에 한국GM은 지난해 중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세를 기록한 회사로 남았다.

문제는 이들 차종의 내림세다. 토레스는 작년 3월(6595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판매량이 4월(3553대) 절반으로 반토막 났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비롯한 경쟁 차종이 시장에 나오면서 수요가 확 줄어든 탓이다. 이후에도 토레스는 이전 수준의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1000대 규모로 내린 판매량은 올해 10월에는 724대까지 줄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출시 당시 시장의 수요를 빨아들이던 이 차종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내수 시장 누적 판매량이 1만5930대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9.2% 감소했다. 10월 판매량은 1516대로 지난해 10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랑 콜레오스의 수요가 보장되지 않은 만큼 르노코리아도 하락세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르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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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내외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원 카 리스크'라고 진단한다. 반짝 신차 효과가 지나 새 차를 출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특별한 신사업을 전개하지 않는 중견 자동차 업계 특성 탓이다. 일각에서는 재무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KGM은 토레스 출시 이듬해인 2022년 말 156%까지 커졌던 유동비율이 올해 2분기에는 118.1%까지 축소됐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83.2%에서 141.3%까지 커졌다. 2분기 기준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5%, -8.8%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업계는 이 같은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차종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KGM은 지난해 중국 BYD(비야디)에 이어 올해 체리자동차와 손잡는 등 중국 업체와 접점을 늘리고 있다. 각각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기술 공동 개발을 진행해 신차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차종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이다. 체리차에서는 PHEV 플랫폼 T2X를 공급받으면서 모듈화에도 손을 뻗었다.

르노코리아는 오로라1 프로젝트인 그랑 콜레오스의 후속 오로라2·3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로라1이 2년여라는 짧은 개발 기간에 비해 성공적으로 데뷔한 만큼 오로라2와 3는 기간을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는 "르노코리아, KGM 등은 차종이 적어 신차 효과가 끝나면 부침을 겪는 경향이 크다"며 "다양한 차종을 개발해 이를 상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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