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비대면진료, 정상체중에도 처방전
의약사단체 "비만약·탈모약 비대면 처방 목록서 빼야"
노보 노디스크 비만 치료제 '위고비'. /연합뉴스
노보 노디스크 비만 치료제 '위고비'.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노보 노디스크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한국에 상륙한 이후 오남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비대면진료의 경우 10초 안팎의 통화로 즉각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건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비대면진료 플랫폼업계 이번 문제에 대해 의약사와 환자의 도덕 및 준법성 결여로 발생한 사태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해 의약계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나 ‘BMI 27~30 미만’인 과체중이면서 고혈압·당뇨 등 한 가지 이상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처방되는 비만 치료제로,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그러나 비대면진료로 처방을 받은 이들은 “10초 통화로 처방전을 받았다” “(병원 측에서) 비대면으로 진료하면 처방해준다고 해서 진료 없이 앱을 활용해 전화통화로 해결됐다” 등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의원급은 키와 몸무게, BMI 입력 등 나름 자정방안을 마련했지만 비대면진료가 오남용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 지적이다.

국정감사에서도 비대면진료를 통한 비만 치료제 오남용 문제가 수차례 거론됐다. 이에 비대면 처방 불가약에 위고비를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실제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대면 진료로 본인 확인부터 처방까지 걸린 시간은 총 21초”라며 “본인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기본적인 환자의 상태도 물어보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만 치료제와 같은 고위험 약물은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비만 치료제와 탈모 치료제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약계를 대표하는 단체도 한목소리로 비대면진료로 발생하는 비만 치료제 오남용 문제를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비대면진료 철회까지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달 28일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같은 전문의약품이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으로 오남용되고 있다”며 “정부는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비대면 과잉 처방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위고비는 담석, 탈모, 소화불량, 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BMI에 근거해 처방돼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라며 “하지만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으로 사실상 환자가 아닌 사람들이 손쉽게 전문의약품을 취득·남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무차별적 처방으로 인한 국민 건강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환자 상태를 엄격히 파악해 처방해야 하는 의약품에 대한 비대면 진료를 제한해야 한다”며 “온라인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하며, 정부는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을 즉각 중단하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대면 진료 원칙하에 보조적 수단으로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기반 채팅으로 환자를 비대면 진단하고 처방전을 발급한 플랫폼 업체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비대면진료업계 “진료 방식과 무관…처방과 복약 지도 문제”

비대면진료 플랫폼업계는 오남용 문제의 본질은 ‘진료 방식’이 아닌, 처방과 복약 지도 과정에서 비롯되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즉, 의약사와 환자의 도덕 및 준법성 결여로 발생한 사태라는 인식인 셈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비만 치료제 오남용은 진료 방식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처방과 복약 지도 과정에서 비롯되는 문제”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비만 치료제 등 비급여 의약품 오남용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명성 제고를 위한 DUR 등록 강화와 의약사의 법령 준수 등의 여러 사회적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처방과 조제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나 기술적 지원을 통해 의약사의 준법과 의약품 오남용 예방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협의회는 “비대면의료 전달체계의 일원으로서, 이번 비만 치료제 신약 출시와 함께 제기된 각종 사회적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국민의 의료접근성과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응책으로 ▲정책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건강한 의료접근성 증진을 달성하기 위해 현장의 의견을 전달하는 등 방안 마련에 일조 ▲비대면진료 참여 의료기관과 약국이 처방 및 조제 과정에서 관계 법령, 식약처 허가 사항 등을 준수할 수 있도록 적극 안내 등을 발표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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