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30만대 판매로 3위 굳혀…영업이익 15조원 시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카드…차세대 먹거리 '수소', 기회의 땅 '인도'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고객의 평화로운 삶과 건강한 환경을 위해 성능과 가치를 모두 갖춘 전기차로 모든 고객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이동수단을 구현하겠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0년 취임 당시 했던 말이다. 정 회장은 결과적으로 이 약속을 지켰다. 지난해 정 회장은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됐다. 이어 올해에는 그가 지휘하는 현대차그룹이 인터브랜드 선정 브랜드가치 230억달러를 달성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수장 자리에 오른 뒤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그 전면에는 전기차가 자리한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만년 5위에 그쳤던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섰다. 2021년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개발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을 시작으로 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섰고 시장에서 세력을 키워 나갔다. 지난 2022년 집계된 판매량은 미국 GM, 스텔란티스 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등을 제치고 글로벌 완성차 그룹 3위까지 세력을 확장했다. 2020년 10월 정 회장이 취임한 지 2년여 만이다.
판매량은 날개를 달았다. 그가 취임한 지 1년여가 지난 2021년 현대차와 기아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5% 증가한 합산 666만7000대를 팔았다. 이어 2022년에는 684만8000대를 팔아치웠다. 3위의 위상을 다지듯 지난해에는 판매량 730만대의 실적을 냈다. 정 회장의 자존심인 전기차 판매량은 2022년 37만1802대에서 작년 51만6441대로 급성장했다.
수익도 잡았다. 정 회장 취임 1년 만인 2021년 현대차그룹은 영업이익이 2조395억원에서 6조6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78.9% 성장했다. 세 배에 가까운 규모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162조6635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 15조원 시대를 열어젖혔다.
전기차 시대, 영업이익 15조원 등 기록적인 성과를 낸 정 회장은 최근 다시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그의 행보는 미래 차산업의 방향을 보여주는 만큼 글로벌 완성차 업계 역시 주목하고 있다. 정 회장은 ▲하이브리드차 재도약 ▲수소 생태계 구축 ▲인도 시장 확장 등을 미래 키워드로 잡고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캐즘'으로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는 시기 정 회장은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로 EREV로 불리는 이 자동차는 내연기관이 구동하면서 생성한 전기로 모터를 굴리는 형태의 전기차다. 엔진은 전기를 생산하는 용도로만 사용된다. 지난 2010년 GM과 BMW 등이 선보였지만 전기차 수요가 없어 사장됐다.
EREV의 최대 장점은 글자 그대로 확장된 주행이다. 1회 충전에 1000km를 달릴 수 있을 정도로 긴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배터리 용량도 기존 전기차보다 작아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진행한 중장기 전략 발표회 '현대 웨이'에서 EREV를 오는 2026년 말에는 양산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빠르면 내년 구체적인 사양을 공개할 전망이다.
수소는 다음 세대를 위한 먹거리다. 지난 2021년 '하이드로젠 웨이브'를 시작으로 수소 사업 확장에 나선 정 회장은 올해 들어 수소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정 회장은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 단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로 5조7000억원이라는 통큰 투자를 결단했다. 아울러 궁극의 친환경 연료로 불리는 그린 수소를 최종 목표로 기술 개발을 전개하고 있다.
수소차는 상용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세계 최초로 양산한 대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는 올해 들어 누적 주행거리 1만km를 달성했다. 엑시언트는 스위스에서 48대가 현지를 달리면서 현대차그룹의 수소 기술을 시장에 각인시켰다는. 아울러 친환경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는 지난달까지 총 1032대가 팔리면서 국내 도로를 누비고 있다.
최근 행보는 수소와 이어진 연장선이다. 정 회장은 GM, 스코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잇달아 협력 관계를 맺었다.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등을 개발하기 위해 동맹을 꾸렸다. 경쟁이 아닌 합종연횡으로 기술 개발 고도화에 나선 모습이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수소 분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을 맡아 그룹 사업 방향에 힘을 실었다.
차기 신시장 확장도 급물살을 탔다.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인도다. 지난 1996년 인도법인을 설립한 현대차는 1998년 타밀나두주(州) 첸나이공장에서 첫 모델 '쌍트로' 생산을 시작으로 현지에 도전장을 냈다. 이후 오는 2032년까지 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올해에도 2조원 규모의 투자를 더 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인도는 정부 차원에서 2030년 전기차 비중 30%가 목표인 만큼 정 회장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가 이달 예정되면서 정 회장은 4조5000억원을 확보, 이를 현지에 재투자해 사업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퍼스트무버로 글로벌 시장에 자리한 것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성과를 낸 결과”라며 “수소 생태계를 비롯한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의 역할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최창민 기자 ichmin6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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