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으로서 역할 충실, 단 정부 출자기관의 배당 확대 정책
[한스경제=권현원 기자] IBK기업은행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예고하면서 어떤 내용의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 증권가에서는 기업은행의 설립 목적과 대주주와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자사주 매입·소각보다는 배당 정책이 구체화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기업가치제고 계획’ 방안을 수립해 해당계획을 2024년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다만 4분기 중 구체적인 기업가치제고 계획이 공시되더라도 당장 타 은행 및 금융지주처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은행의 설립 목적과 대주주 특성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최근 몇 년간 자사주 매입·소각 소식을 알리지 않고 있다. 지난 2020년 영구우선주 4484만7038주(2242억3519만원)를 취득한 뒤 소각한 것이 유일하다. 그마저도 정부와 2008년 12월 체결한 ‘상호반환계약서’의 이행 목적이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의거해 중소기업자에 대한 효율적인 신용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중소기업자의 자주적인 경제활동을 원활히 하고 그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설립 목적에 충실하자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여력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2분기 기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시장점유율은 23.3%를 차지하고 있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의 특성상 매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여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시중은행과 같이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으로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중소기업 대출을 지원하는 공적인 기능을 맡고 있는 만큼 자사주 매입·소각과 같은 자본을 소모하는 주주환원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경영진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중은행과 같은 높은 주주환원율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더해 대주주가 기획재정부란 점도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서기 어려운 부분으로 지목된다. 지배구조상 자사주의 매입·소각이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6월 30일 기준 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59.5%로 지분으로 기재부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나머지 주주는 △산업은행 7.2% △수출입은행 1.8% 등으로 구성됐다.
최근 정부출자기관의 배당성향 역시 40%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출자기관의 올해 정부배당은 2조1322억원으로 확정됐다. 배당성향은 39.87%으로 전년인 39.9%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기업은행의 정부 배당금은 한국산업은행(8781억원)에 이어 두 번째 규모인 4668억원이었다. 이보다 앞선 2022년 배당성향 역시 40.4%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기업은행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기보다는 배당과 관련한 정책이 구체화되는 방향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더라도 기업은행 설립 목적이나 대주주 특성을 고려하면 주주환원은 자사주보다 배당 정책을 구체화되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특히 배당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하다는 평가다. 기업은행은 기말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분기·중간배당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
정 연구원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기업은행의 매력은 점차 회복될 전망이다”며 “연 1회 배당이 제공하는 기말배당 수익률이 낮지 않은데다 시장에는 자사주보다 현금배당을 더 선호하는 투자자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둔화 가능성을 반영해 주당배당금(DPS) 추정치를 기존 1100원에서 1050원으로 하향하나 예상 배당수익률은 7.6%로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책은행으로서 시중은행과 같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다만 기업은행 역시 하반기 밸류업을 통해 배당 확대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배당성향이 매년 소폭이지만 늘어나고 있고 정부의 출자기관 배당 확대 정책에 따라 배당성향이 늘어날 여지가 남아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기업은행 측은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4분기 중 공시할 목표로 다양한 방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방향성과 구체적 내용은 추후 계획이 확정되는대로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권현원 기자 hwkwon@sporbiz.co.kr
관련기사
- [The SIGNAL] 캐피탈사, 수익성·건전성 차별화…“일부 신용도 하방압력 높아질 것”
- [The SIGNAL] 증권업권, 수익성 양극화 확대…“비 종투사 부동산PF 충격 크게 받아”
- [The SIGNAL] ‘밸류업 계획 발표’ 한발 앞선 JB금융, 자신감 원천은
- [The SIGNAL] 두산, 과거 4개년도 사업보고서 정정공시…“단순 누락”
- [The SIGNAL]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받은 기업, 투자자 주의 필요
- [The SIGNAL] ‘제자리걸음’ K증시, 반등 시점은 언제
- [The SIGNAL] ‘수주 릴레이’ 조선업계, 주가도 '호황기' 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