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소송 증가세..."책임 묻는 '중요한 수단' 될 것"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석유 공룡'으로 불리는 미국 대형 석유회사들이 계속해서 기후 소송을 맞닥뜨리고 있다. 증가 추세인 기후소송은 더 많은 지역사회가 기후 위기에 대한 업계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평가다.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과 기후 연구 기관인 제로 카본 애널리틱스(Zero Carbon Analytics)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형 석유회사를 대상으로 한 기후 소송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보고서 작성을 위해 콜롬비아 대학교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세계 25대 화석연료 생산업체가 피고로 지명된 사례들을 분석했다.
보고서 저자들은 "유엔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된 2015년 이후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제기된 기후 소송 건수는 총 86건이며 현재 40건이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매년 거의 3배 증가한 것이다.
소송은 도시, 주 및 기타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환경단체, 원주민 부족, 개인들에 의해 제기됐다. 50건은 미국 법원에 제기됐고, 24건은 유럽 국가에서, 5건은 호주에서, 4건은 나이지리아에서 제기됐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데이비드 통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 캠페인 매니저는 "주요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이 기후 혼란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약속하지 않고 있어 지역사회가 이들을 법정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화석연료 기업이 기후 피해에 대해 배상 명령을 받은 적은 없지만, 잠재적 책임은 막대하다. 이전에 발표된 보고서에서도 이 산업의 최대 오염 기업들이 주택, 생계, 인프라 손실로 수조 달러의 책임이 있다고 추정했다.
일례로 지난 2015년 페루 농부가 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 RWE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 소송에서 RWE가 안데스 산맥의 기후변화 영향에 기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22년 독일 판사들은 페루를 방문해 RWE가 초래한 피해 수준을 판단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 내 기후 소송은 피고들이 자사 제품의 지구온난화 영향에 대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의혹을 은폐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보고서 저자들은 다른 기후 소송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허위 광고 혐의에 대한 소송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소송들은 현재 주요 석유 회사들을 상대로 한 모든 기후 소송의 16%를 차지한다. 저자들은 이를 '승리하는 법적 전략'이라고 밝혔다.
10건의 소송 중 9건이 종결됐고, 그중 단 1건만이 피고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졌다.
분석된 기후 소송의 약 12%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파리기후협약에 부합하는 배출량 감축 계획을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제기됐다.
실제로 2021년 네덜란드 법원이 셸 2030년까지 배출량을 45% 줄이라고 명령했는데, 이러한 소송의 대응으로 나온 것이다.
새로운 유형의 기후 소송도 등장했다. 올해 기후 재난 피해자들과 비정부기구(NGO)들이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에너지스의 최고경영자(CEO)와 이사들을 상대로 세계 최초의 형사 기후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는 피고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희생자들의 죽음에 기여했다고 명시돼 있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제기된 모든 기후 소송을 다루지 않는다. 다른 소송들은 파이프라인 회사와 같은 화석연료 공급망의 다른 부분에서 일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며, 또 다른 소송들은 화석연료를 지지하는 정책을 내놓는 정부를 상대로도 제기되고 있다.
분석에 참여하지 않은 콜롬비아 대학교 세이빈 기후변화법 센터의 마이클 제라드 학부장은 "화석연료 산업이 '상당수'의 소송에 직면했지만, 광고에 초점을 맞춘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법적 이론들이 개발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 동안 기후 소송에서 중요하고 결정적인 발전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의 통 매니저는 "이러한 소송들이 기후 위기를 단독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오염 유발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소송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은 기후 변화를 주도하고 이로부터 이익을 얻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의 역할이 그들을 따라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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