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은행권, 1주택자 대출 제한 강화…신용대출 조이기 움직임도
건설사 줄부도에 주택 공급부족, 전셋값 급등 겹쳐 정책 불만 비등
서울 송파구 아파트 전경. /한스경제DB
서울 송파구 아파트 전경. /한스경제DB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은행권의 잇단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제한 조치를 두고 실수요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거주 중인 집을 매각하고 그 돈에 대출을 더해 잔금을 치르려 했지만 일부 은행에서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막았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부족에 전셋값 급등, 대출 옥죄기와 더불어 설상가상으로 문을 닫는 건설사까지 늘고 있어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비(非)아파트 수요가 아파트로 향하면서 시작된 전셋값은 68주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출한도와 만기 축소 등으로 주담대를 제한해온 은행들이 최근 1주택자들에 대한 대출 제한 조치도 강화하면서 수요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이 이른바 '갈아타기 주담대'를 막아 서면서 가을철 본격 이사를 앞둔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연이은 규제 강화로 줄어든 대출 한도를 보충하기 위해 신용대출 등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의 이같은 조치를 두고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한 예비 임차주는 "은행들이 정부의 눈에 들기 위해 경쟁적으로 더 센 대출 제한 조치를 내놓고 있는 것 같다"고 했고, 다른 누리꾼은 "영끌족·갭투자를 막기 위한 제한은 필요하지만 (실소유자에 대한 고민 없이) 일단 막고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건설업계가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선별수주 기조 속 이렇다 할 수주고를 올리지 못하던 건설사들이 하반기 들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달까지 22곳의 건설사가 부도난 것으로 조사됐다.

9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7일 기준) 누적 기준 부도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 정지 건설업체로,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 제외)는 총 22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동기 기준(1~9월) 2019년(42곳) 이후 가장 많은 것이자 지난해 전체 부도 업체(21곳) 수를 상회하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산출하는 건설경기실사 종합실적지수는 지난달 69.2로 전월 대비 3.0포인트(p) 하락했다.

건설경기실사 종합실적지수는 건설기업이 체감한 경기 수준을 나타낸다.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건설경기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100을 넘지 못하면 그 반대로 해석된다.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 지수(92.3)가 전월 대비 상승해 90선대를 유지했지만, 중견기업 지수(60.6)와 중소기업 지수(54.9)는 하락해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확대됐다. 지역별로 서울은 91.8, 지방은 62.9로 서울과 지방지수 간 격차 또한 유지되고 있다.

공종별 신규수주 지수는 토목지수(78.7)가 전월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주택지수(62.3)와 비주택건축지수(65.8)는 하락했다.

연말 부도가 더 늘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지수 격차가 큰 상황"이라며 "계속된 대출 규제 강화 등이 나올 경우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부도 건설이 나오게 돼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주담대를 제한하면서 풍선효과로 늘어난 신용대출에 대해 추가 조치를 고려 중이다. 지난 4일 실수요자들을 만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주요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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