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평균 표면 온도 섭씨 2도 도달 시 화재 발생 가능성 2배 더 올라가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최대 습지인 브라질 판타나우의 6월 산불 발생 가능성이 4~5배 증가했고, 이를 초래한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은 40% 더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이전에는 6월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날씨 조건이 드물게 나타났지만, 이제는 더 흔해져 35년에 한 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정부기관이 더 심각해질 상황에 시급히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세계자연기금(WWA)은 최근 브라질 서부 내륙의 세계 최대 침수초원지대인 판타나우의 기후생태적 변화를 분석한 ‘기후변화로 인해 강력한 산불이 나타날 환경이 40% 더 강해졌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판타나우는 습한 여름과 건조한 겨울이 있는 강한 계절적 홍수 펄스가 특징이다. 이는 높은 연료 가용성과 화재 ‘계절’의 자연 순환에 기여한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기후와 지형의 변화로 인해 건조함이 증가하고, 가뭄으로 환경이 크게 악화했다.
특히 폭염의 빈도와 범위는 판타나우에서 관찰된 건조 추세와 함께 10년당 섭씨 0.76도의 뚜렷한 온난화 추세도 보여 1980년 이후 약 3도가 올랐다. 이로 인해 폭염의 범위와 빈도가 증가했으며, 화재 위험도 함께 증가했다.
2019~2021년 사이 판타나우 지역은 심각한 화재를 겪어 지역 면적의 50%인 700만ha(헥타르)가 불탔다. 특히 2020년 한 해에만 판타나우 지역의 3분의 1인 360만ha가 사라져 ‘최악의 해’로 평가된다.
판타나우는 최근 수십 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건조해지고 있다. 1990~2020년 평균 연간 강수량은 56%에 불과했고, 지역 전체가 가뭄에 시달렸다.
또한 기후변화 이전에는 6월에 화재 날씨 조건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흔해져 35년에 한 번 발생할 것으로 WWA는 전망했다.
WWA가 사용한 누적 일일 심각도 등급(DSR)에 따르면 올해 6월 DSR 영향력은 약 40%, 화재 발생 가능성은 4~5배 높아졌다.
이러한 추세는 미래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구 평균 온도가 섭씨 2도에 도달하면, 6월 산불 기상 조건이 약 2배 더 많아지고, 평균 약 17년에 한 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영향은 17% 더 커질 것이라고 WWA는 설명했다.
WWA는 또 6월 산불 날씨 조건이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이해하기 위해 DRS을 구성하는 기상 변수인 최고기온, 상대 습도, 풍속 및 강수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항목 대부분이 6월에 기록을 경신했다.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건조하고 더우며, 바람이 가장 많이 부는 6월이었고, 습도만 기록상 두 번째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WWA는 “판타나우는 1700ha에 달하는 독특한 생물 다양성과 종 다양성이 높고, 약 4700종의 서로 다른 동식물이 있다”며 “이는 주변 지역에 상당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많은 원주민과 비원주민의 생계를 지원하며, 방대한 탄소 저장고의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습지에는 또 재규어, 거대 수달, 아르마딜로 등 희귀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며 “황폐해진 환경은 식량과 물의 가용성 감소로 인해 동물의 미래 생존 가능성을 낮춘다”고 지적했다.
WWA는 또 “자연 생태계 기능을 저하하는 토지 개간 등 토지 이용 관행을 포함해 심각한 인위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판타나우는 개간 등 기업식 농업 관행으로 인해 2019년부터 건기를 겪었고, 올해도 극심한 건기 현상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WWA는 “가뭄 기간이 길어지면 화재 위험과 강도가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전통 토지와 문화적 관습이 파괴되면 사람들의 이주로 이어져 원주민의 생계가 위협받는다. 화재로 주택과 농경지를 잃으면 경제 활동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WWA는 “더욱이 그들의 주거지는 위험에 처해 있으며, 화재의 85%가 사유 재산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삼림 벌채도 판타나우 지역의 기후 역학에 영향을 미쳤다. 또 관광 산장과 도로 건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 지역의 경관이 더 파괴되고 있다고 WWA는 지적했다.
건설 관련 폐기물은 판타나우 지역에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고, 판타나우 강과 지류를 따라 건설되는 수력발전소는 계절별 홍수 펄스에 영향을 미쳐 이 지역의 독특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산불에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WWA는 브라질 정부에 법적으로 판타나우를 보호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브라질 정부는 지난달, ‘보호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규칙을 만들기 위해 통합 화재 관리를 위한 브라질 국가 정책(PNMIF)을 만들도록 명령했다.
발화를 방지하고, 기후 모델과 원격 감지 데이터를 사용해 가뭄 지역을 모니터링하며 방화를 탐지하고 경고해야 한다고 WWA는 조언했다.
아울러 산불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판타나우에서 화재 발생 시 억제 및 진압이 어렵기 때문에 소방대를 정비하고 훈련시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케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WWA는 “PNMIF는 이전 정책에서 학습하고 화재 규칙 및 지침을 더욱 엄격하게 시행하며, 원주민 지식과 관행을 전체적으로 통합할 계획을 세우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지속 가능한 농업을 장려하고 아마존 및 세라도(Cerrado)와 같은 주변 생태계의 삼림 벌채를 함께 줄이고 유지하는 것도 판타나우의 가뭄 추세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방화선, 안전지대 등 화재 위험에 탄력적인 인프라를 개발하면, 인명과 구조물을 보호할 수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판타나우의 회복력을 강화함으로써 증가하는 산불 위협으로부터 인간과 생태계 모두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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