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IRA 백지화 외치는 트럼프, 사실상 폐기 힘들어
'트럼프 지지' 조지아·테네시주 의원들 "IRA 지킬 것"...사실상 폐기 반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백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같은 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IRA를 지키겠다고 나섰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초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공화당 의원들과 의견 차이까지 보이는 모양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조지아와 테네시주 등의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차기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IRA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IRA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인 친환경 정책 법안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 관련 투자 기업들에 세액공제 및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 출사표를 던지자마자 내세운 공약은 'IRA 폐기'였다. 그는 IRA를 '친환경 사기 행각'이라고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선거 캠프 측도 세액공제와 보조금에 지급됐던 예산을 다른 도움이 필요한 곳에 사용할 것이라며 IRA 축소 및 폐지를 시사했다. 

그러나 IRA 폐지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폐지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IRA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버디 카터 조지아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IRA에 찬반 투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장 등의 프로젝트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새 행정부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소속인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시사도 "내년에 누가 백악관에 앉든 상관없이 우리 주(州)에 일자리를 가져다준 회사를 옹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지아주 다른 의원들도 "정치적 바람의 방향이 바꿔도 법 안에서 허용된 프로젝트를 방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 녹색 제조업의 중심인 조지아에서는 IRA 보조금을 받는 한화큐셀과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상태다. 특히 3000에이커(약 367만평) 규모의 현대자동차 공장에서는 85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현대자동차가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의 물결을 일으키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IRA 수혜 입고 있는 주 대부분이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지배주이기에 트럼프가 재집권한다 해도 IRA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 공장을 운영 중인 테네시주의 입장도 비슷했다. 척 플라이슈만 테네시주 하원 의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그들에게 배터리 기술의 이점을 기꺼이 설명할 계획"이라며 에둘러 IRA 지지 입장을 전했다. 

플라이슈만 의원은 "(IRA에 대해) 매우 좋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켐프 주지사, 카터 의원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면서도 IRA를 놓을 수 없는 것은 관련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비당파 환경연구 그룹 E2에 따르면 2022년 8월 IRA가 통과된 이후 41개 주와 푸에르토리코에서 325개의 새로운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미시간주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프로젝트(30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총 1만2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조지아주에서는 28개 프로젝트와 150억달러(약 21조원)의 투자로, 약 1만6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22개 프로젝트에 190억달러(약 26조원)에 달하는 성과를 보였다. 

켐프 주지사는 조지아의 녹색 에너지 붐이 한순간에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자들은 IRA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들은 계속해서 조지아를 선택하고 있다"며 "그것은 우연히 일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공화당 소속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의 대변인 헨리 맥마스터는 "전기차 제조업체와 기타 자동차 회사가 수년 동안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몰려오고 있다"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한 후에도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측은 IRA 인센티브 효과에 대해 널리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시간주 민주당 의원인 데비 딩겔은 ​IRA가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를 이해하고 있는 유권자들은 적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유권자들은 IRA에 대해 '거의' 또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공장들이 여전히 건설 중이기 때문에 IRA가 미치는 경제적 영향은 유권자들이 느끼기에 다소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정라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