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적은 치료제 수요 높아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글로벌 기업들이 정복하기 어려운 질환인 치매(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도 승인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작용 없는 약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개발 현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자문기관인 유럽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은 최근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에 대해 승인 거부를 권고했다.
CHMP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레켐비의 부작용을 상쇄할 만큼 인지 기능 저하 지연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레켐비는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밸질 진행을 억제하는 항체 치료제로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투여 대상자 1795명 중 12.6%에서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 (ARIA)이 발생했다. 이는 약물을 사용했을 때 MRI 영상 검사에서 뇌부종 혹은 뇌출혈 등이 나타난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임상에서 뇌부종과 뇌출혈로 인한 사망자 3명이 발생하며 이번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CHMP 결정으로 인해 레켐비의 유럽 출시가 지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같은 기전을 가진 일라이 릴리의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의 유럽 진출 역시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키순라는 임상 3상에서 인지 저하 속도 감소, 일상 생활 활동 수행 능력 저하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투여군의 약 4분의 1이 뇌부종과 뇌출혈을 겪었다. 또한 이들 중 약 2%는 심각한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두 제품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으며,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국내 시장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레켐비와 키순라 모두 초기 알츠하이머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한 약물에 대한 수요는 아직 충족되지 않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알츠하이머 미충족 수요를 잡기 위해 개발에 나서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타우 단백질 표적 알츠하이머 치료제 'DA-7503'을 개발 중이다. 이 약물은 분리되고 변형된 타우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올리고머 형성을 억제하고 세포내 축적을 저해한다.
동아에스티는 DA-7503 전임상 단계 데이터를 알츠하이머 국제 학회(AAIC)에서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지난 5월부터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시작, 건강한 성인과 노인 72명을 대상으로 DA-7503의 단회 혹은 반복 경구 투여 후 안전성, 내약성과 약동학적 특성을 평가하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경구용(입으로 복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을 개발하고 있다. AR1001은 뇌신경 세포의 사멸을 억제하고 생성을 촉진하며 신경 가소성 증가와 자가 포식 활성화, 뇌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다중기전 치료제다.
아리바이오는 한국, 미국, 영국 등을 포함한 11개 국가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엘앤제이바이오는 독자 개발한 기술인 DAT(이중작용 기능치료) 플랫폼을 활용해 'AL04'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들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 중 한 가지 원인의 감소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AL04는 두 가지 단백질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작용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전임상 단계로, FDA에 임상 1상 계획을 신청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 환자가 증가하며 치료제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은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갖춘 제품이 출시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이런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성공한다면 후발 주자라도 시장 점유 기회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sylee03@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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