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小 기후테크 기업에 중장기 금융 지원안 구체화 필요
경기도·부산시 등 지자체서 적극적인 지원 방안 고심
지구의 마지막 경고선인 1.5℃ 위기가 눈앞에 닥쳤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작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45℃ 높아졌다. 2015년 국제사회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기온보다 1.5℃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자’는 뜻을 모은지 8년 만이다.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한 것이 무색할 만큼 온도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이에 창간 9주년을 맞는 한스경제는 그간 천착해온 '1.5°C HOW' 캠페인에 맞춰 인류 생존 최후의 방어선인 1.5°C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부문별로 국내외 동향과 쟁점,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엮어 연중기획으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한스경제=박영선 기자] '기후테크' 산업이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에 중요한 산업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점차 가까워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세계 각국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기후테크를 지목하면서 한국도 관련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까지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기후테크 육성 의지를 드러냈지만, 중소·중견기업을 향한 금융 컨설팅 지원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성장성 기대되는 '기후테크'...투자 늘리는 주요국
기후테크란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모든 범위의 기술을 뜻한다. 탄소중립 달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파괴적 혁신 기술이 필요한 만큼 기후테크 수요가 늘면서, 비즈니스 스펙트럼도 빠르게 확장되는 추세다.
최근 국제 에너지 기관들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에너지 전환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주목하며 기후테크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주요국들은 적극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기후테크 시장을 선점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관련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에너지, 탄소포집, 원자력 기술 등에 2030년까지 총 3690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유럽 또한 지난 2022년 녹색·디지털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A New European Innovation Agenda'를 채택해 기후 기술투자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아시아권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일본은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150조엔 이상의 민관투자 계획을 표명, GX 경제이행채권을 발행해 20조엔 규모의 선행 투자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206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중장기적 목표를 세운 중국은 2022년 3500억위안을 탄소중립 관련 예산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글로벌 시장 개척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145조원을 투자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유니콘 기업 10곳을 육성, 수출규모 100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아울러 올해 3월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역할을 강화해 2030년까지 420조원의 정책 금융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정책금융기관은 그간 자체 재원과 기후대응기금 등을 통해 기업의 저탄소 공정 전환, 녹색 프로젝트 등에 자금을 공금해왔으나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한인 2050년으로 갈수록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방안이다.
◆ "中·小 기후테크 기업에 세분화된 지원안 필요"
다만 정부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중소·중견 기후테크 기업에 정부와 지자체의 세분화 된 육성 기준안과 투자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나금융연구소의 김지현 연구원은 '탄소중립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 기후테크' 연구보고서에서 기후테크기업들이 초기 기술단계부터 실증과 상용화 단계까지 도달하는 데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며, 일부 기후테크 시장은 매우 강한 규제를 받고 있어 스케일업 단계를 돌파하는 데 중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4월 정부는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으며 벤처와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라면서 "기후테크 산업은 ESG 관심 고조와 기후위기 영향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아 정부 차원의 관심과 적극적인 투자 유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에서 기후테크 중소·중견 기업에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약속했지만, 보다 많은 기후테크 기업들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관련 금융 지원안에 구체성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은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난해 5월 발간한 '국제사회의 산업부문 탄소중립 추진 동향과 대응방향: 중소기업을 중심으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다양한 부처와 유관기관에서 실시하는 지원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처간 협의와 조정을 통해 지원사업 전반을 모니터링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보조금 성격이 아닌 장기·저리 융자를 제공하거나 보증을 통해 기업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금융 지원을 비롯해,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녹색전환연구소의 지현영 부소장은 "각 부처가 각자 선심성 지원사업을 진행해 성과 관리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후테크 산업 지원은 새로운 테크 개발뿐 아니라 배출량 측정, 감축 로드맵, 감축 방안 마련 등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탄소중립 규제, 고객사 요구 등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보다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지원사업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금융비용 '전액 지원'...기후테크 잠재력 살피는 지자체
적극적인 탄소중립 달성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들의 목소리에 정부와 지자체도 움직이는 추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탄소가치평가보증'을 공급해왔다. 이는 탄소저감 연료로 전환하거나 고효율 설비에 투자하는 기업, 탄소 저감 기술 개발 기업 등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는 곳을 대상으로 감축 효과를 화폐 가치로 환산해 보증 한도를 추가 우대하는 제도다.
신용보증기금은 지난 2022년 중소·중견 기업에 1843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탄소중립 산업전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발굴된 산업체에 기후대응보증 상품을 신설해 5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할 예정이다.
산업부 최남호 산업정책관은 발표와 함께 "산업부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자발적인 동참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중소·중견기업이 탄소 중립 이행 과정에 직면하는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다각적인 지원 사업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체들도 스타트업부터 중견기업까지 기후테크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글로벌 진출, 전략 컨설팅 기회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3월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 의지를 드러내며 '경기도 기후테크 100'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는 2026년까지 잠재력 있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100개사를 선정해 대·중견기업 오픈 이노베이션, 글로벌 진출 등 액셀러레이팅 과정과 사업화 자금 등의 지원과 전략 투자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는 기후테크 산업역량 최우수 지자체로 꼽히며 전국 기후테크 사업체와 종사자수, 매출액 비중이 각각 29.2%, 27.4%, 28.8% 수준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시는 전국 최초로 기후테크 기업의 금융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부산시는 지난 2일 BNK금융그룹과 기술보증기금과 함게 '탄소저감 기술기업(기후테크기업) 금융비용 전부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탄소저감 기술 기업의 과감한 투자 유도를 위해 협약기관 간 유기적인 협업체제를 구축하고 기후테크 기업의 금융 비용을 공동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산시와 BNK금융그룹, 기술보증기금은 매년 100억원 규모로 2년간 200억원, 기업당 최대 5억원의 운전자금을 2년간 이자부담 없이 대출 가능하도록 했다. 지원 대상기업은 부산 소재 탄소저감기술 보유 중소기업으로, 기술보증기금의 탄소가치평가보증 탄소감축유형 중 외부감축 기업에 해당해야 한다.
박영선 기자 pys71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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