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재생에너지 공급량 6.8% 그쳐, TSMC 단일 기업 공급으로도 벅차
“전력구성 황금비율, 재생에너지 30%, 원자력 30%, 나머지 40%는 연료기반”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이자 세계적인 반도체 기술력을 보유한 대만에 전세계 빅테크기업이 몰려들고 있다. 반도체와 빅테크산업은 ‘전기를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대량의 전력이 필요로 한다. 그러나 현지 환경 특성상 재생에너지로 수요 전력을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다. 탈원전을 추진해온 대만 정부는 예상되는 엄청난 전력난에 원전 재도입까지 고려하면서도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
지난 5월 대만 국가과학위원회와 환경부는 ‘2024 국가기후변화 과학보고서’를 통해 지구 온난화로 대만 여름철이 3개월에서 7개월로 늘어나고 기온 36℃를 넘는 고온이 75일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2℃ 상승할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범람 면적이 증가해 남부 원린(雲林)과 타이난(臺南), 북부 지룽(基隆)지역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며, 4℃ 상승할 경우 50년에 한 번 발생하는 극한 강우현상이 10년에 한 번으로 빈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애플·AWS·구글·MS·엔비디아 진출한 대만, “2028년 이후 전력난 우려”
세계적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 등 첨단 반도체 기업들이 위치한 대만에 애플,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반도체 제조시설은 세계에서 가장 전력 소모가 많은 제조시설 중 하나이다. 실제로 TSMC는 대만 전력의 7% 이상을 사용하고 있어 현재 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모든 전력을 TSMC 단일 기업에 공급한다 해도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애플, AWS, 구글, MS, 엔비디아 등 빅테크기업들이 대만에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전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대만은 AI 산업 확대에 따른 전력난을 우려하고 있다.
궈즈후이(郭智輝) 대만 경제부장(장관)은 “AI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2028년 이후 전력난이 우려된다”며 “앞으로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 5곳이 신설될 예정이다. 민간 소비와 산업 전력 이외에도 AI 전력 수요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초 지난해부터 2029년 사이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전력 수요가 매년 2.7%씩 커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AI산업 신규 수요를 고려하면 전력 수요 증가율은 연간 3%로 추정된다”며 “AI의 새로운 전력 소비에 가장 빠른 방법인 태양광을 우선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원자력도 고려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는 원자력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미래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2040년까지 RE100를 조기 달성하겠다고 밝힌 TSMC는 재생에너지 발전 업체에서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전력구매계약(PP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20년 TSMC는 덴마크 풍력기업 오스테드와 20년간 1기가와트(GW)를 공급하는 PPA를 체결했으며 대만기업 청신전력(ARK Power)과는 지난해 연간 1테라와트시(TWh)를 구매하는 20년 계약의 PPA를 체결한 바 있다.
또한 TSMC는 RE100 조기 달성을 위해 미국과 일본 등 국가로의 반도체 생산거점 다변화도 추진 중이다. 현재 TSMC 구마모토 공장은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중이다.
또한 지난 1일 구글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대만에 1GW 규모의 태양광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이번 투자로 대만 내 자사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 등에 대한 전력 공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 가용량을 늘리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줄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 2050 탄소중립 추진에 원전 재도입, 이러지도 저러지도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대만은 지난 2022년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을 마련해 친환경 국가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그 일환으로 대만 국가발전위원회(NDC)는 전체 전력원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2025년 20%에서 2050년 60~7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머지 전력원은 탄소포집·활용·저장(CCUS)사업과 화력발전이 20~27%, 수소에너지가 9~12%, 양수발전 1% 등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대만은 지난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129억킬로와트시(kWh)에서 267kWh로 110% 확충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설비용량은 지난 2016년보다 13.2기가와트(GW) 증가했으며 해상풍력 설비용량은 2.3GW에 달했다.
이에 NDC는 “2050년까지 총 40~55GW 규모의 해상풍력을 설치해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원자력도 전력 공급원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만 전자업체 페가트론(Pegatron)그룹 회장이자 국가기후변화대응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퉁쯔셴(童子賢) 회장은 “대만은 지난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발표된 기후변화성과지수(CPI)에서 67개 국가 중 61위를 차지했다”며 “대만의 에너지정책이 ‘원전 없는 국토’ 정책에 ‘고착화’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만의 전력은 태양광 4.6%, 풍력 2.2%로, 총 6.8%만이 재생에너지로 공급되고 있다.
퉁 위원장은 “재생에너지는 향후 4~5배 성장할 잠재력이 있지만 대만의 환경은 30~40%의 재생에너지를 수용하지 못할 수 있다”며 “현재 태양광 발전 효율은 9~1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030년 예상 전력 사용량을 충족하려면 타이베이시 약 12개 정도의 면적을 태양광 발전에 사용해야 한다”며 “대만 전력구성의 황금비율은 재생에너지 30%, 원자력 30%, 나머지 40%는 수소로 대체될 수 있는 연료 기반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궈즈후이 경제부장도 “원자력은 깨끗한 에너지”라며 “경제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지만 에너지 정책을 점검해 총통에게 보고하는 등 전반적인 논의를 거쳐 조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왕메이화(王美花) 전 경제부장은 “국가에너지기구(IEA)는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정의했지만 RE100이 정의한 청정에너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대만의 비핵화 정책방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 친환경에너지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우정 기자 yuting403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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