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전년比 12.2% 감소..., 영업이익도 줄어
IT, 전기전자는 매출 감소, 제약바이오, 철강, 건설은 성장
한스경제가 2023년 국내 시총 25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상 경영성과를 살펴봤다. 분석유형은 재무와 비재무정보로 크게 나눴다. 우선 비재무정보는 지속가능성측면에서 주주환원, DE&I(다양성, 공정성, 형평성), 고용안정성, 환경정보 등 ESG 경영관점에서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시계열별·업종별비교를 통해 분석했다. 재무정보는 별도재무제표를 중심으로 매출액, 수익, 현금흐름표 추이 등의 영업활동을 리뷰 했다. 이를 약 1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지난해 우리 산업계가 부침을 심하게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반등을 노렸지만, 여전히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좀처럼 어려운 모습이다. 성장성을 대표하는 지표인 매출액은 전년 대비 평균 12.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7.3%나 줄었다.
업종별로 들여다보면 이차전지 등 전기차 관련 업체들이 유독 힘든 시기를 보냈고, 반도체와 게임 관련 업체들 역시 둔화된 성장곡선을 그렸다.
◆ 반도체·게임 등 IT 전반 침체...위메이드, 매출 증가에도 '대규모 적자'
반도체와 게임 등 IT업계가 전반적으로 지난해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8%가량 감소했다.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평균 17.2%의 매출 감소를 기록하면서 업종 중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한국의 '캐시 카우' 역할을 하는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20%가량을 차지, 한국 산업을 이끄는 일등공신으로 불렸다. 반도체가 흔들릴 경우 외환 수급의 안정성도 함께 불안정해진다. 2022년부터 반도체의 침체기는 시작됐다. 같은 해 3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더니, 15개월째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LX세미콘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3% 감소했다. 오히려 판관비는 11.1% 늘어났다. 판관비를 늘렸음에도 매출이 줄어든 것이다. 판관비 증가는 2022년부터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2,198억원으로, 전년보다 190억원 늘어났다.
여기에 LG그룹에서 홀로서기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은 LG그룹 의존도가 깊게 자리한 부분도 영향을 줬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수요 부진을 겪으면서 LX세미콘도 타격을 입었다.
다행인 것은 반도체업계가 불황을 끝내고, 올 상반기부터 호황 국면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반도체는 전년 동월 대비 35.7% 증가, 21개월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게임시장의 경우 국내외 시장의 경기 침체로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여기에 확률형 아이템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며 돌파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평균 4.7%의 매출 감소율을 기록했다.
위메이드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2022년보다 31.9% 늘면서 성장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57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이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나이트크로우' 흥행에 힘입어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면서도 적자를 지속한 것이다. 블록체인 등 신사업 추진을 가속화하면서 비용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에도 376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다만 전년 동기(약 468억원)보다 줄어든 규모다.
◆ 전기전자업계, 매출 감소 불구 판관비↑...영업이익 205.7% 감소
지난해 전기전자업종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8.6% 감소했다. 반면, 판관비는 전년보다 40.4%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판관비와 영업이익의 증감폭이 전체 업종에서 가장 컸다.
시총 1위 삼성전자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6% 줄어든 170조3741억원을 기록했지만, 판관비는 늘었다. 연구개발비용이 28조3,397억원으로, 매출액의 10.9%를 차지했다. 전년도의 8.2% 비중보다도 늘렸다.
올해 상반기에는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연결기준 2분기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10조4천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23%, 영업이익은 1,452% 증가이다. 인공지능(AI) 관련 메모리 제품 수요가 늘고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부문도 적자 폭을 줄이는 등 업황 개선이 실적 개선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매출액을 5% 가량 늘리는 데 성공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판관비 역시 40% 늘리면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박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양극재,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 양산 체계를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다만 지난해 153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 역시 5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부진을 떨쳐내진 못했다. 전기차 업황 부진과 제품 공급과잉에 따른 단가하락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로봇 전문기업인 레인보우보틱스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20.2% 올랐지만 4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가 상승으로 전환사채 관련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기서 398억원이 비용화되면서 지난해 적자로 기록된 것이다. 다만 3·4분기 협동로봇과 신규 출시 로봇의 매출이 추가돼 전년보다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 제약·바이오, 역대급 성장세 불구 영업이익 '마이너스'
제약·바이오업계는 경기 불황에도 신약 기술 수출 등으로 역대급 성장세를 보였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3%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19.5%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올해 1분기 역시 업계의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의료파업이 장기화되면서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별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지난해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그밖에 종근당과 대웅제약 등도 전년 대비 두배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면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올렸다.
반면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는 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흑자로 돌아선지 1년 만에 다시 적자 전환이다. 연구개발비 부담이 계속되는 가운데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가 엔데믹을 맞으면서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량이 감소했다. 이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254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지난달 클로케그룹의 100% 자회사인 글로벌 백신 위탁생산(CMO) 기업 IDT바이오로지카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매출 확보와 글로벌 거점 마련을 위한 과감한 투자로 평가된다. 인수 작업이 올해 마무리되면 올해부터 IDT 바이오로지카의 매출이 SK바이오사이언스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 철강업계, 건설경기 침체에 中 철강 유입 '직격탄'
철강업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4%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을 가져다주진 못했다. 지난해 평균 21.3%가량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가장 큰 수요산업 중 하나인 건설업종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철강업계까지 영향을 받았다. 올해 역시 건설 경기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산 철강이 국내로 지속 유입되는 점도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증가한 곳은 SK오션플랜트(38.5%)와 피엔티(25.9%)뿐이었다. 삼아알미늄(△12.5%)와 TTC스틸(△10.6%) 등은 두자릿수대의 매출액 감소율을 보였다.
삼아알미늄의 경우 영업이익이 전년(224억원)보다 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 보면 압연가공 부문의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2022년의 20%도 되지 않았다. 반면 판관비는 늘어났다. 지난해 144억3300만원을 판관비로 지출, 지난해보다 7%가량 더 썼다.
지난해 이어 올해 1분기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16억원의 손실로 기록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 전기차 캐즘과 리튬가격 급락이 겹치며 '이차전지' 산업 실적 바닥
화학업계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1.9% 소폭 감소, 영업이익은 62.4% 크게 감소했다. 특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이차전지 핵심소재 기업들을 덮치면서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대선까지 전기차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액공제 축소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LG화학(△14.8%)을 비롯해 한화솔루션(△24.6%), 금양(△25.3%), SKC(△25.7%), 한솔케미칼(△11.3%), 솔브레인(△24.1%), 코스모화학(△27.7%), 롯데정밀화학(△28.3%), 레이크머티리얼즈(△10.6%), 후성(△32.1%), 천보(△32.4%), 동원시스템즈(△10.9%) 등은 두자릿수대 매출액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들 모두 영업이익에서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양극재 제조사 엘앤에프는 지난해 매출액이 18.4%로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흑자였던 전년 대비 184.5% 줄어들었다. 양극재 소재업체의 경우 리튬이나 니켈 등의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성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역시 고전을 이어갔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량 줄어든 6,351억원을 기록했고, 2,041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 주택사업 치중한 건설회사들, 원가 상승 압박에 수익성↓
지난해 건설업계의 매출액은 평균 12.9% 증가하면서 타 업종에 비해 준수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주택과 일반건축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의 경우 건설 원가 상승 압박에 수익성이 줄어들면서 역성장하는 모습이었다.
주요 건설사에서 주택 사업이 매출액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은 GS건설(68.2%), 현대건설(64.9%), DL이앤씨(63.6%), 대우건설(61.9%) 등이다. 반면 토목건축이나 플랜트 사업 비중은 다소 낮았다.
GS건설의 경우 2022년 50%대에서 지난해 70%에 달할 정도로 주택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9조3,77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8.9%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7,094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341.4% 감소한 5,80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937억원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붕괴 사고에 따른 여파다. 당시 결산손실 5,500억원을 일시에 반영해 영업손실 4,138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역시 지난해 매출액이 12.9%로 성장한 반면 영업손실 10.8%를 기록했다. 매출이 늘었음에도 주택사업 악화에 적자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이에 지난해 주택 사업 비중은 60%대 초반대로 줄이고, 토목 및 플랜트 사업을 20%대 중반에서 30%중후반까지 끌어올리며 주택사업에 힘을 빼는 모습이다.
반면 해외 수주를 늘리는 데는 고전하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해외수주는 444억원가량으로, 전년 동기의 25%에도 미치지 못했다. 비중 역시 줄어들었다. 지난해 1분기에는 해외 수주가 전체 43.2%를 차지한 반면 올해는 1.78%에 그쳤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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