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느끼는 감정...불안감 83.1%, 미안함 55.7%, 무력감 42.9% 순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국민들은 기후변화를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라고 인식했다.
최근 한국환경연구원이 공개한 ‘2023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환경 문제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3.9%는 기후변화를 꼽았다. 이어 쓰레기, 폐기물 처리(58.4%), 대기오염, 미세먼지(50.1%), 과대 포장에 따른 쓰레기 발생(27.3%), 생태계 훼손(25.6%) 순이었다.
작년 9월 21∼28일 만 19∼69세 3898명을 대상으로 환경인식, 환경태도, 환경수요, 환경정책 등에 대해 진행된 이번 조사엔 3088명이 응답했다. 환경연구원은 환경 전반에 대한 국민 인식, 환경에 대한 만족도, 환경 정책 수요 등을 파악하기 위해 2012년부터 매년 국민환경의식조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2020년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는 무엇인지 질문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로 부각됐다는 점이다. 관련 질문은 응답률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2021년 39.8%, 2022년 48.2%, 2023년 63.9%의 응답률을 보였다.
염정윤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변화에 대한 응답이 가장 높게 나온 것은 국민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결과의 심각성을 크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며 “특히 작년에는 이상고온, 가뭄, 집중호우 등 다양한 이상기후 문제들이 다수 발생하면서 기후문제에 대한 인식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발간한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국은 여름철 집중호우, 3월의 때 이른 고온 현상, 9월의 때늦은 고온 현상과 극심한 기온변동폭등 양극화된 날씨의 특징을 보이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이 잦았다. 특히 장마철 강수량은 전국 660.2mm로 평년 356.7mm 대비 크게 증가해 전국적인 기상관측망이 갖춰진 1973년 이래 3위를 기록했다. 또한 3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9.4℃로 평년(6.1 ℃) 대비 3.3℃ 높았고, 9월 역시 22.6℃로 1973년 이후 각각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에는 88년 만에 9월 열대야가 발생하는 등 초가을 늦더위도 나타나는 등 이상기후 현상이 잦았다.
이번 조사에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환경규제 강화(18.1%)가 꼽혔다. 환경규제 강화를 꼽은 응답률은 2021년 9.2%, 2022년 10%에 그친데 반해 작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17.7%는 환경 피해를 유발하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과 기업 등의 자발적 노력이 효과적이란 응답은 2022년 18.6%에서 작년 8.6%로 크게 줄었다.
환경보전과 경제성장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경제성장이 다소 둔화되더라도 환경보전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응답이 52.4%로 환경이 다소 훼손되더라도 경제성장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응답 18.5%보다 높았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로는 기후변화 피해 및 대응이 45.8%로 2022년에 이어 작년에도 1위로 꼽혔다. 이어 대기질 개선 19.3%, 쓰레기 증가로 인한 문제 7.9% 등이 뒤를 이었다.
국민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부정적인 감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불안감이 83.1%로 가장 높았고, 미안함 55.7%, 무력감 42.9%, 분노감 36.1%, 당혹감 27.2%, 죄책감 25.3%, 우울감 18.7% 등 부정적인 감정이 대부분이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아 특별한 감정이 들지 않는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강선아 한국환경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친환경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기후우울증이라는 증상이 발생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신체적 정신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며 “기후 대응에 대한 효능감이나 자신감을 유발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환경보전을 위해 불편하더라고 환경친화적 행동을 한다는 국민이 61.7%로 생활의 편리함이 우선이라는 응답 19%에 비해 크게 높았지만 수치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친환경적인 태도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고연령층이 저연령층에 우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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