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 차례 금융사고 적발…내부통제 도마 위에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은행권에 인사 태풍일 몰아칠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말에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이자이익에 따른 '역대급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은헹권은 고금리·경기침체에 따른 금융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고려해 ESG 경영을 중심으로 상생금융에도 총력을 기울여 실적과 사회적 책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다만, 최근에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금융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어 금융권 안팎에선 일부 은행권 수장의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한스경제>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5대 은행장의 지난 행보를 살펴보았다. <편집자주>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연임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이 행장은 경영실적 부문에서 지난해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보였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역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금융권 최대 화두인 디지털 부문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소기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다만 올해만 세 차례 발생한 금융 사고로 인해 내부통제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른 점은 '옥에 티'라 할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말로 종료된다. NH농협은행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할 계획이다.
이 행장은 지난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중앙회 인사전략팀 팀장, 농협금융지주 인사전략팀 팀장, NH농협은행 서울영업본부 본부장 등을 거친 뒤, 지난해 1월 제7대 NH농협은행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내부 출신 세대교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행장은 취임 후 최고경영자(CEO)의 대표적인 성과 지표인 당기순이익에서 역대 최대 성과를 보였다. NH농협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22년(1조 7182억원) 대비 3.6%(623억원)가 증가한 1조 7805억원을 시현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농헙중앙회에 매 분기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 반영 전 당기순이익은 무려 2조 238억원이다.
이자이익은 7조 7616억원으로 2023년(6조 9383억원)보다 무려 8233억원이 늘었으며, 특히 비이자이익은 2603억원으로 2022년의 1100억원 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올해 1분기에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액이 3416억원 산정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3%가 감소한 4215억원에 그쳤으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은 2.0%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04%p가 상승했다. 이는 KB국민은행(1.87%)·신한은행(1.64%)·하나은행(1.55%)·우리은행(1.50%) 등, 주요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수익 지표뿐 아니라, 은행권의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디지털 전환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융·복합 시대 디지털 혁신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주요 경영 목료로 삼았다. 더욱이 올해 신년사에서는 "디지털 경쟁력 강화는 농협은행의 미래가 달린 생존과제다"며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
NH농협은행은 이 행장 취임 이후 △NH올원뱅크의 슈퍼플랫폼 도약 △데이터 활용 강화 △업무 프로세스 혁신 △디지털 핵심기술 내재화 등 4가지 핵심과제 추진을 통해 디지털금융 생태계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NH농협은행 모바일 플랫폼인 NH올원뱅크는 일상생활과 금융을 연계하는 완성형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디지털금융 플랫폼 전환 구축’사업에 착수했다. 이는 내년 2월까지 고객중심의 초혁신 디지털뱅크 구현을 위해 은행·상호 디지털금융 전(全) 시스템을 신기술 기반의 클라우드 인프라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대고객 서비스를 전면 재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NH농협은행은 기존에 분리되어 있던 'NH농협카드'와 'NH pay'앱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통합하고, NH마이데이터를 연계해 통합지출분석 서비스를 신설하는 ‘NH농협카드 통합 디지털 플랫폼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이 밖에도 부동산·전기차·머니레터 등, 총 5가지 생활금융서비스 신규 오픈했으며, 한우 조각투자플랫폼 '뱅카우',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인 '솔닥'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생활금융플랫폼으로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NH올원뱅크 가입자 수는 지난해 1000만명을 돌파했으며,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100만명을 넘어섰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NH농협은행은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하나의 앱에서 고객의 모든 금융 니즈를 해결하는 NH올원뱅크 중심의 슈퍼플랫폼을 구현하고 있다"며, "은행의 풀뱅킹(Full Banking) 서비스는 물론 증권·카드·보험 등, 지주계열사의 종합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금융서비스 이외에 고객이 필요한 일상·금융 관련 생활 서비스를 도입하고 다양한 업종 특화 서비스와 연계해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생활금융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더불어 NH농협은행은 최근 디지털 신기술과 시장 환경에서 고객에게 더욱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외부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디지털전략 자문위원회'를 출범했다.
아처럼 임기 동안 준수한 경영실적을 보이고 있는 이 행장이지만, 금융권에서는 그의 연임 가능성에 의문을 제시하는 이들도 많다.
올해 연이어 터진 금융사고가 이 행장의 연임에 발목을 잡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세 건의 업무상 배임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사고 규모는 3월109억원, 4월에 11억원과 53억원으로 총 173억원이다.
최근 금융권에서 연이어 금융사고가 터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CEO의 핵심 경영 과제로 내부통제가 부상하고 있는 만큼, 이번 배임사고가 이 행장의 연임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매년 최대실적을 보이는 등, 실적 부문에서는 연임에 전혀 걸림돌이 없지만, 내부통제 문제인 ELS사태·횡령·배임 사고 등은 분명 연임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 또한 이 행장의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역대 NH농협은행장 가운데 2년 이상의 임기를 수행한 행장은 이대훈 전 행장 단 1명 밖에 없다. 이 전 행장은 지난 2019년 말,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이 마저도 농협중앙회장이 교체되면서 임기 도중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