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금융권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에 따라 AI 금융이 본격화되고 있은 가운데 글로벌 은행들이 자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 관련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인재 영입을 통해 금융서비스 혁신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국내 은행권도 AI 인재 영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AI 인재는 오히려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선 AI 관련 인재 확보를 위해 보수적인 조직문화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구조 등을 개선해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세계적으로 AI 금융이 본격화되고 있다. 엔디비아(NVIDI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사의 80% 이상이 AI를 업무 자동화나 리스크 관리와 같은 내부 핵심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비용 절감은 물론, 수익 창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의 AI 도입은 개념 증명(PoC: Proof-of Concept)과 같은 초기 단계를 넘어, 이제는 업무 자동화·자금세탁방지·리스크·마케팅·판촉 등에 접목해 도입 효과를 확대하고 있으며, 생성형 AI·대규모언어모형(LLMs)과 같은 관련 신기술 역시 업무에 도입해 보고서 자동 생성이나 초개인화 서비스 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다.
업계는 AI를 활용한 실질적 성과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성과 확대를 위해선 AI 인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사 역시 관련 인재 채용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은행 AI 전문 조사 업체인 'Evident'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50대 은행의 2024년 1분기 AI 관련 인재 채용 공고 수는 7862건으로서 이전 분기 대비 14.2%나 증가했다. 특히 JP모건·캐피털원(Capital One)·씨티(CITI) 등의 AI 인재 채용 공고 수 비중은 40%에 육박(약 38%)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50대 은행의 총 채용규모는 지난해 대비 23%가 감소했으나, AI 관련 인재 채용 비중은 11.9%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영입 비용 상승에도 불구, AI 관련 인재 채용이 전략적으로 중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AI 관련 인재 영입을 통해 확보한 AI 역량을 바탕으로 금융서비스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JP모건은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투자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 머니볼(Moneyball)을 개발해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HSBC의 Quantexa는 Q Assist를 통해 의사결정 인텔리전스 플랫폼에 생성형 AI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특히 Q Assist는 복잡한 판매 전략이나 자금 세탁 방지 업무를 수행할 때 유용하며 효율성 및 정확성 향상, 비용절감(연간 최대 1700만 파운드 절약)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글로벌 은행권이 AI 인채 영업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오히려 AI 인재가 국외로 떠나고 있다.
'한·미·중 인공지능 인재 확보 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I 인재들은 미국·중국·독일·일본 등으로 떠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외국인을 포함한 우리나라 거주자 1만 명당 AI 관련 인재가 0.3명 순유출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AI 관련 인재 순이동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0.65명 유입 △2021년 0.54명 유입 △2022년 0.24명 유입 △2023년 0.30명 유출 등으로 지난해부터 순유출로 전환됐다.
AI 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국가는 독일(1.04명)·미국(0.40명) 등이며 실제로 이들 나라들은 인도(0.76명 유출)와 우리나라 등, IT 강국으로부터 인재를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국내 은행권은 AI 인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AI 인재는 대기업이나 빅테크 등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이 AI 관련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보수적인 조직문화 △성과를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 구조 △직원의 경력 개발 경로의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심혜빈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AI 관련 인재의 확보를 위해선 성과 기반 보상 체계의 확립, 기술 중심의 업무환경 제공, AI 분야의 별도 채용, AI 전문 부서 신설 및 직위 부여 등의 개선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금융혁신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생성형 AI 관련 인력과 IT 인프라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경영진 인센티브 제도를 개선하고, 책무구조도상 면책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국민·신한·우리·IBK기업은행 등, 국내 은행권은 AI 시대를 맞아 공채를 통한 인재 영입과 함께 국내 유수 대학과 연계하거나, 자체적으로 직원 대상 AI 교육·훈련 과정을 구축하거나 운영하고 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