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존 생산, 폐기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 전환 필요
플라스틱 순환경제 시장규모 2027년 87조원까지 증가
글로벌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경제‧산업 모델은 순환경제다. / 연합뉴스
글로벌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경제‧산업 모델은 순환경제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인류는 환경문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플라스틱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쉽지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일 정도로 풀기 어려운 과제다. 그동안 플라스틱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플라스틱 사용 자제 등에 힘써왔지만 갈수록 플라스틱 사용량이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도 1.5℃ 상승 억제’를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플라스틱 생산량은 더 많아지는 아이러니에 빠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15년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평균 36% 증가해 2022년 4억t을 생산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2022년 3.7억만t이었던 플라스틱 폐기물은 2060년 약 2.7배 증가한 10.1억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은 2019년 기준 전체 폐플라스틱의 9%에 그쳐 있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현재 세계 192개국 중 127개국 이상이 플라스틱을 규제하는 법안을 채택하는 등 규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고 있지만 인류는 플라스틱이란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가 그 해법으로 주목하고 있는 경제‧산업 모델은 순환경제다.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모델로 자원 채취, 대량생산, 폐기로 이뤄져 있는 선형경제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선형경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품을 쉽게 분해하고 보수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 제품과 서비스 생산에 투입되는 자원과 원재료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순환경제 시장규모는 2030년까지 620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으로 이중 플라스틱 순환경제 시장규모는 2021년 58조원에서 2027년 87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더 미룰 수 없는 순환경제

순환경제 정책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곳은 유럽이다. 유럽연합(EU)은 탈플라스틱 기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현재 순환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플라스틱 생산량 감소, 재활용 비율 확대, 대체재 개발 등에 나서며 플라스틱세,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 규제를 추진 중이다.

EU는 2025년까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봉투 사용량을 40개 이하로 감축하기로 했다. 플라스틱병 재활용 수거율도 2025년 77%에서 2029년 90%로 확대해 나간다. 생활폐기물 재활용은 2025년 최소 55%에서 2030년 60% 2035년 65%로까지 점진적으로 높인다.

세계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도 2018년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 금지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플라스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2021년에는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 금지를 확대하고 엄격한 품질 표준을 충족하지 않는 한 플라스틱을 포함한 모든 고형 폐기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인 비닐봉지, 일회용 식기, 일회용품 등의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다.

미국도 순환경제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중으로 그 중 플라스틱 규제가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플라스틱 규제는 각 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최근 들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제한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주 정부가 늘고 있는 추세다.

현재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샌디에이고 등 100여 개의 도시가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령을 내렸다. 나아가 캘리포니아, 하와이, 뉴욕, 코네티컷, 델라웨어, 워싱턴 등 9개 주는 일회용 비닐봉지 금지령을 제정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2032년까지 400여 곳의 국립공원을 비롯한 공공부지 약 194만㎢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판매와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일본은 비교적 빠른 시기에 순환경제 전환에 나섰다. 일본의 순환경제 방향은 2000년에 제정된 ‘순환형 사회형성 추진 기본법’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제품의 전 주기에 걸쳐 ‘3R+Renewable’을 실현하고자, 제품의 설계 지침 수립과 인증을 도입했다. 또 일회용품 판매 사업자에 대한 지침을 정해 순환경제가 주는 경제적 기회에 주목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폐기물 관리 기술에 대한 특허 수는 EU(27개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순환경제 정책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곳은 EU(유럽연합)다. / 연합뉴스
순환경제 정책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곳은 EU(유럽연합)다. / 연합뉴스

한국 또한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해 철강, 석유화학, 배터리 등 주요 산업별로 ‘9대 순환경제 선도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석유화학 업종에서는 플라스틱 폐자원 확보를 위한 인프라를 확대하고, 폐플라스틱 해중합·플라스마 열분해 등의 기술 개발을 통해 고급 원료화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철강·비철금속 업종에서는 철스크랩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희소금속 28종의 전 과정 수급을 파악해 희소금속을 재자원화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도 순환경제를 선점하기 위해 탈플라스틱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석유화학 기업들이다.

LG화학은 화학적 재활용 기술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화학적 재활용은 물성 변화와 재활용 횟수에 제한이 없어 향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시장이다. 현재 LG화학은 충남 당진시에 연 2만t 규모의 국내 최초 초임계 기술을 적용한 열분해유 공장을 착공했다. 약 10t의 비닐·플라스틱 투입 시 8t 이상의 열분해유를 만들 수 있다. 나머지 2t가량의 부생 가스는 초임계 수증기 제조 등 공장 운전용 에너지로 재사용할 계획이다.

SK케미칼은 순환재활용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순환재활용 사업은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플라스틱 원재료인 단위체를 바꾸는 것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현재 이 기술은 화장품 용기, 의료패키징, 레코드 등에 적용하고 있다.

다만 일부 업종에서만 순환경제에 집중하고 있어 보다 다양한 산업에서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플라스틱 규제 강화가 국제협약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그린전환팀장은 “플라스틱에 대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이 체결될 경우 플라스틱 감축의무가 국가별로 부여되며 관련 시장에 대한 투자와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플라스틱도 탄소 배출처럼 강력한 규제로 배출량에 따라 공급망에서 배제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증가하고 있는 플라스틱 규제 내용을 미처 파악하지 못해 수출할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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