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상반기 HD현대미포 PC선 52척, 한화오션 VLCC 7척 수주
“상승세 이어지겠지만 중국·미국·유럽 석유수요 정체로 상승폭 제한적”
HD현대미포가 건조한 PC선 / HD현대미포 제공
HD현대미포가 건조한 PC선 / HD현대미포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등 중동지역 리스크로 에너지 공급망에는 적신호가 켜진 반면 탱커선(유조선)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정학적 이슈로 선박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등 운송거리가 증가한 반면 과거 부진했던 탱커선 발주로 신조선 공급량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계 선박시장에 천연가스·화학제품 등을 실어나르는 탱커선 발주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분기 탱커선은 전년 대비 71.4% 증가한 311만CGT가 발주됐으며 선박 비중도 전년 동기 16.5%에서 1분기 30.0%로 확대됐다.

그중 5만DWT급 중형(MR)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육상으로 운송되던 석유화학제품이 해상으로 유입되기 시작하며 수요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HD현대미포는 PC선 수주를 대거 따내며 올해 연간 목표의 119.9%를 달성했다. 공시에 따르면 HD현대미포는 2일 기준 총 52척의 PC선을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수주량인 38척을 뛰어넘은 실적으로, 지난 2017년 51척 이후 최대 물량을 경신했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수주한 선박 중 46.8%를 PC선이 차지했다.

탱커선 수요가 증가하며 PC선 용선료와 선가 모두 상승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만DWT급 MR급 PC선의 평균 정기용선료는 지난해 1분기 대비 10.1% 높은 일당 2만8750만달러를 기록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PC선 용선료는 러-우전쟁 발발 초기가 포함된 2022년 1분기 대비 선형별로 126~159%까지 상승해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Clarkson)에 따르면 5만DWT급 MR탱커 선가는 지난 2022년 4350만달러에서 지난달 14일 기준 5150만달러로 18.4% 증가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중동지역 선사 오넥스DMCC가 HD현대미포에 수주한 MR탱커의 척당 선가는 5400만달러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3월 최고가였던 팬오션과의 계약금액 척당 5200만달러를 뛰어넘은 금액이다.

HD현대미포 관계자는 “중형 PC선의 시황 개선이 지속되면서 향후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며 “선가 역시 상승 국면에 있다”고 설명했다.

중형 조선소인 케이조선도 최근 아시아 소재 2개 선사로부터 5만t급 2척, 7만5000t급 4척의 총 6척의 PC선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케이조선은 이번 수주로 올해 수주목표의 50%를 달성했다.

케이조선은 “주력 선종인 중형 PC선에 대해 기존 계약 대비 높은 선가로 계약을 맺었다”며 “기존 고객층을 벗어나 새로운 고객군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케이조선의 이번 선박계약은 약 54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 /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 / 한화오션 제공

또한 한화오션이 지난 1일 오만 국적선사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4척을 7196억원에 수주하며 대형 탱커선 시장의 호황을 알렸다. 한화오션은 지난 2월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VLCC 2척을 수주하는 등 올해 VLCC 7척을 수주한 바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글로벌 VLCC 발주량은 37척으로, 지난 2022년 3척, 지난해 18척 대비 대폭 증가했다. 한화오션은 “최근 VLCC 시장이 회복세를 보여 이 분야에 경쟁력을 갖춘 자사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올해 탱커선 시황은 선종과 선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민수 한국해양진흥공사(KOBC) 과장은 지난달 27일 ‘벌커·탱커의 온실가스 규제이행 통합세미나’에서 “올해 석유 해상 물동량은 전년 대비 3.1% 증가가 전망되는 반면 선복량은 전년 대비 0.8% 증가에 그칠 것이다. 또한 수요 증가율은 4.1%로 공급증가율 0.8%를 상회할 것”이라며 “올해도 상승세는 이어지겠으나 중국, 미국, 유럽의 석유 수요 정체가 전망돼 상승폭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동지역 리스크, 러·우 전쟁으로 고시황이 유지되는 만큼 해당 리스크 종료시점이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글로벌 조선업계는 최근 늘어난 MR탱커 물량이 노후화된 선박을 대체하는데 투입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현재 MR 탱커선의 선령은 15~19년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화 흐름으로 탱커선 선령이 20년 이상이 되면 실제 운항에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새로운 유조선 주문은 상당한 용량 확장을 의미하기보다는 주로 노후된 선단을 위한 대체 톤수로 기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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