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U, 연이은 美 빅테크 규제…"자국 중소기업 보호 조치"

 

K배터리가 한 때 점유율 71%에 육박하던 EU(유럽연합) 시장에서 중국 기업에게 점유율을 뺏기며 위기감이 고착화 되고 있다. / 연합뉴스
K배터리가 한 때 점유율 71%에 육박하던 EU(유럽연합) 시장에서 중국 기업에게 점유율을 뺏기며 위기감이 고착화 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유럽연합(EU)이 지난 3월 독점 규제 법안인 디지털시장법(DMA)이 발효된 이후 대기업의 반독점 방지를 명분으로 미국 빅테크를 겨냥해 연달아 규제의 칼을 뽑아들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를 겨냥해 자사 화상회의 앱을 오피스 제품들과 묶어 판 것은 반독점이라는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24일에는 애플 앱수수료가 반독점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DMA는 일정 규모 이상의 빅테크 기업들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갑질'을 막고 공정 경쟁을 촉진하려는 법안이다. 전세계 플랫폼 시장을 미국이 삼킨 만큼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은 중국 바이트댄스를 제외하고 전부 미국 기업이다. DMA 위반이 확인되면 전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반복적 위반이라고 판단되면 과징금이 최대 20%까지 상향될 수 있다. 

이를 두고 기술패권 경쟁에서 뒤처진 EU가 DMA·디지털서비스법·AI 법 등 이용자 중심의 규제안을 만들어 미국 기술을 견제하고 자국 중소기업을 보호하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연구센터장은 "크게 보면 헤게모니 싸움이다. 빅테크들이 비즈니스, 정치, 여론 등을 주도하기 쉬우니 여러 법을 만들어 빅테크들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EU 기업들이 규모를 키울 경우 이 법들이 방해가 될 수는 있겠지만, EU 기업이 미국 빅테크만큼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규제를 만들어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김명주 센터장은 AI 부문에서는 유럽내 프랑스 미스트랄 같은 기업도 힘을 내고 있어 법 제정에 일각의 반발이 있었다고 첨언했다. 그는 "AI법 규제시 프랑스와 독일이 기업 활동에 제약이 생겨 불리해진다며 크게 반발했다. 그 외에는 미국 기술을 따라잡기가 힘들어 앞으로도 EU는 미국 테크기업을 제지하는 법안을 많이 만들려 할 것"이라고 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좌)과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 / 연합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좌)과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 / 연합

서방 당국의 반독점 규제가 갈수록 날카로워지면서 대상 기업들이 분할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는 향후 첨단 기술 개발의 중점이 될 AI 개발은 천문학적 자본을 필요로하는 만큼, 기업이 분할할 경우 자금을 조달할 체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독점 이슈를 피해가면서 기업 규모는 유지하는 쪽으로 기업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가장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유럽은 기술 공급국인 미국의 최대 기술 수요국이기도 하다. EU 반독점당국의 조사 절차는 중도에 종결되지 않기 때문에 우선 빅테크들은 과징금을 최대한 낮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빅테크의 윤리 경영에 대해 계속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1월에는 '빅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착취 위기' 청문회가 열렸다. 제이슨 시트론 디스코드 CEO(왼), 에반 스피겔 스냅챗 CEO, 쇼우 지 츄 틱톡 CEO, 린다 야카리노 엑스(X)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 UPI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빅테크의 윤리 경영에 대해 계속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1월에는 '빅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착취 위기' 청문회가 열렸다. 제이슨 시트론 디스코드 CEO(왼), 에반 스피겔 스냅챗 CEO, 쇼우 지 츄 틱톡 CEO, 린다 야카리노 엑스(X)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 UPI연합뉴스

미국은 자국 기업들이 EU의 칼날 아래 섰지만 마땅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반독점' 문제를 예민하게 다뤄온 미국 정부 또한 애플·MS 등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김명주 센터장은 "미국도 EU도 모두 반독점을 걸고 넘어지는 상황이다. 미국이 '반독점'만을 겨냥한다면, EU는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가 더해졌다"라며 "취지는 다르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포인트는 같기 때문에 기업은 이를 해결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하원 의원들은 항의서를 제출하며 자국 기업을 겨냥한 EU 제스처에 불편감을 표하기도 했지만 정부차원에서 EU에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EU가 여러 규제를 통해 미국 빅테크에 제재를 가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반독점 의혹은 반드시 떨쳐내야 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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