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00대 수출품목중 아세안 40개, 멕시코 9개 겹쳐...한중 수출경합 심화
미국, 멕시코 우회로 제재 고려 중...“동남아·멕시코 진출기업, 원산지관리 주의해야”
미국과 중국 국기 / 연합뉴스 제공
미국과 중국 국기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미중 무역분쟁으로 관세폭탄을 맞은 중국이 동남아와 멕시코를 대체 생산거점, 무역 교두보로 삼고 투자와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아세안(ASEAN), 멕시코 시장 내 중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 한국과 중복되며 최대 수출 상대국이던 중국은 수출 경쟁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미국의 301조 관세부과 이후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며 중국은 대체 생산기지로 아세안을, 우회 무역로로 멕시코를 낙점했다. 실제로 중국이 멕시코를 통해 미국 시장으로 수출을 이어가 양국 간 운송량이 점차 증가하자 COSCO(중국), MSC(스위스), CMA CGM(프랑스), OOCL(홍콩) 등 글로벌 선사들은 지난달 아시아와 멕시코를 연결하는 직항로를 개설했다.

중국이 아세안과 멕시코시장에 입지를 넓힐수록 국내 주력 수출품목과 중복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중국의 대(對) 아세안·멕시코 투자 확대에 따른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중국의 아세안 100대 수출품목 중 40개가 겹쳤고, 멕시코 시장에서는 30대 수출품목 중 9개가 중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중국의 권역별 수출비중에서 아세안은 15.7%를 차지해 미국을 제치고 1위 수출권역으로 부상했다. 멕시코 비중도 지난 2019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2.4%를 점유했다.

최근 중국은 제조업과 아세안으로의 투자를 확대하며 아세안 생산거점화를 진행 중이다. 특히 중국의 아세안 투자 확대는 중국으로의 수출입 증대로도 연결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아세안 수입시장 점유율 23.9%를 기록하며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2016년 이후 7%대 점유율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화공품, 섬유류, 철강, 자동차, 자동차부품, 이륜차, 선박 등에서 양국의 수출품이 유사해지면서 수출경합도가 상승했다”라며 “한·중간 경합품목은 대체로 중국의 아세안 투자가 많은 분야로,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수출이 늘면서 자동차·부품 경합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BYD 공장 / BYD 제공
BYD 공장 / BYD 제공

멕시코 시장에서도 한중간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기업이 미국의 니어쇼어링 확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무관세 혜택 등을 위해 멕시코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양국이 경합하는 주요 수출품목수는 지난 2020년 7개에서 9개로 늘었고, 경합도도 동기간 0.315에서 0.352로 증가했다. 특히 철강·금속, 자동차,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무선통신 등 국내 주력 품목들이 주를 이뤘다.

또한 중국은 현재 멕시코에 제조·물류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중국의 해외직접투자(FDI) 계획 중 멕시코 투자가 41건에 달했다. 지난해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자동차그룹의 MG와 BYD, 체리자동차 등은 멕시코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아세안과 멕시코에 투자와 수출을 연계하는 수출고도화 전략이 시급하다”며 “중국은 아세안에 직접투자 외에도 일대일로를 통한 인프라사업, 산업단지 등을 늘리고 있다. 향후 한국도 아세안 투자증진과 함께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중국의 아세안 투자가 수출은 물론 수입도 증가시키고 있어 한국의 대중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향후 국내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첨단·고급제품으로 전환하고 아세안시장 공략과 동시에 아세안을 경유한 대중수출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 / 연합뉴스 제공
캐서린 타이 USTR 대표 / 연합뉴스 제공

미국 현지에서는 아세안과 멕시코를 통한 중국산 우회수출에 대한 제재 움직임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달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수입 역시 매우 중요하며 우리가 업계와 논의 중인 내용 중 하나이니 지켜보라”라며 멕시코를 통해 유입되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제재를 시사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전기차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장상식 무역협회 실장은 “미국에서 중국의 대미 우회수출 제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아세안·멕시코 진출 한국기업은 원산지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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