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중갈등 대응' 주제 산업발전포럼…"한국이 공급망 대체 가능성도"
美, 중국산 수입품 관세 2~4배 인상...中 “노골적인 횡포” 비난
“미중갈등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수출과 투자 다변화를 추진해야”
미국·중국 국기 / 연합뉴스 제공
미국·중국 국기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한 국가를 선택하기보다 실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입장을 유지하며 수출과 투자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14일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전기차, 핵심광물, 범용 반도체, 배터리, 태양전지 등 중국 수입품 관세를 기존의 2~4배로 인상했다.

이에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는 미국이 ‘생산 과잉’을 명분으로 다른 나라의 선진산업을 억압하고 ‘공정경쟁’을 핑계로 보호주의를 추구하며 시장경제 원칙과 국제경제무역 규칙을 짓밟는 ‘노골적인 횡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폭탄 관세’ 시작으로 대중국 강경책을 예고하고 있어 미중 무역분쟁은 장기화될 전망된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이 ‘미·중 갈등 영향 및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김우정 기자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이 ‘미·중 갈등 영향 및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김우정 기자

이에 한국산업연합포럼(KIAF)과 글로벌산업경쟁력포럼은 21일 ‘미·중 갈등 영향 및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제50회 산업발전포럼을 개최해 국내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주제발표에서 “미중갈등은 중국의 국가주도형 성장을 미국이 견제하고 이를 중국이 반격하는 양상으로 반복된다”라며 “공정한 경쟁과 무역을 저해하는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이 결국은 미국이 공격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이 전기동력과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민·군 겸용 기술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경제·군사 패권 강화를 도모하며 미국의 견제를 받게됐다”며 “미중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세계적으로 보호주의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약화에 따라 블록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중국은 미국 수입시장 내 점유율 하락과 서방기업의 탈중국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며 “이에 반해 한국의 대중 수출은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2018년 이후 하락하기 시작했고 대미 수출시장 점유율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수입시장 내 중국 점유율은 2018년 21.2%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14.0%로 하락했다. 한국의 대중수출은 2018년 1621억달러에서 지난해 1248억달러로 19.9% 감소했으며 대미수출 시장점유율은 2018년 12.0%에서 2023년 18.3%로 확대됐다.

그러나 정만기 회장은 “대중수출 위축과 대미수출 확대는 미·중 갈등보다는 코로나19 등 단기요인이 주로 작용한 것”이라며 “미중 갈등은 양국에 대한 무역패턴이 아니라 투자패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반도체산업에서 국내 대미투자는 2022년 13.9억달러에서 지난해 1~9월 16.9억달러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대중투자는 51.4억달러에서 0달러로 급감했다. 이차전지의 경우 대미투자는 2022년 11.1억달러에서 지난해 9월 기준 26.1억달러로 증가한 밤반면 대중투자는 6.7억달러에서 2.1억달러로 줄었다.

정만기 회장은 “우리로선 미중 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실익을 최대화하는 전략 선택이 필요하다”라며 “미국은 한국을 대상으로 가장 많은 수입규제 조치를 시행한 국가인 만큼 실리적인 측면에서 대중국 무역투자관계 중요성을 감안해 내실있는 전략적 선택이 긴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궁극적으론 우리 산업기반을 확대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금융애로 관리, 노동유연성 제고 등을, 중장기적으로는 과잉·중복 입법 규제 해소, 출산율 제고 연구개발(R&D) 생산성 제고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갈등 영향 및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김우정 기자
‘미·중 갈등 영향 및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김우정 기자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중갈등은 사실 우리에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공급망 형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대신할 곳은 한국이나 국내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요국들이 자국 내 생산 강화를 요구하는 만큼 국내 기업 생산의 적절한 글로벌 배치 전략이 필요하고 신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만 중시할 경우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신흥경제대국의 부상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으므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수출·투자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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