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시하 기자] 현대자동차가 현대모비스로부터 국내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인수하고 내년까지 수소전기차 넥쏘를 새롭게 출시하기로 했다. 넥쏘는 지난 2018년 최초로 출시된 이후 지난해 6월 상품성 개선 모델이 출시됐지만 지난 1년간 월 판매대수 300대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새롭게 출시할 넥쏘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인프라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소비자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연료전지 스택의 내구성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스택에 문제가 생겼을 때 교체가 아닌 수리를 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야 하고, 수소충전소 확대 및 녹색수소 공급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으로 생산된 전기를 활용해 모터를 구동한다. 크게 연료전지 스택·수소공급장치·공기공급장치·열관리장치로 구성된 연료전지시스템과 수소저장장치, 전장장치로 구성된다. 이중 연료전지 스택은 1V 내외의 단위전지를 원하는 전압으로 수백장 적층한 구조로 차량의 구동에너지원인 전력을 생산하는 엔진 역할을 한다.
현재 기술로는 수백장의 연료전지 스택 중 하나의 단위전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스택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 이에 현대차는 10년 16만km의 보증기간을 제공하고 있지만 넥쏘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보증기간이 끝나면 막대한 수리비가 나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스택의 내구성이 현대차가 제공하는 보증기간을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3년 정도 넥쏘를 운전했다고 밝힌 운전자는 “수소전기차와 전기차 중에서 고민하다가 근무지 주변에 수소충전소가 있어서 넥쏘를 구입하게 됐다”며 “아직까지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했을 때 크게 비용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보면 보증기간이 끝나고 연료전지가 고장나면 4000만원을 주고 교체해야 해서 수리비가 차 값만큼 들어간다는 말이 많아 그 전에 팔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수소연료전지 역시 현대차에서 보증기간을 정해놓고 그 기간 내에 문제가 발생하면 교체해준다고 하지만, 내구성을 높이거나 수리를 하는 기술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연료전지나 차량교체 등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수소 모빌리티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넥쏘를 포함해 수소전기차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은 수소전기차에 공급되는 연료가 녹색수소가 아닌 회색수소이기 때문에 탄소중립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말씀을 하신다”며 “동시에 수소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도 부족하기 때문에 수소전기차를 개발하는 것 이상으로 수소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수소전기 승용차가 넥쏘밖에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소충전 인프라 역시 수소전기차의 한계로 지적된다. 수소유통전담기관 ‘수소유통정보시스템’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위치한 수소충전소는 총 176개소다. △ 수도권 52곳 △ 충청권 41곳 △ 경상권 45곳 △ 전라권 25곳 △ 강원 13곳 등이다. 제주도 함덕그린수소충전소 1곳을 포함해 해당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수소충전소도 있지만 그 숫자가 많지는 않다고 알려졌다. 특히 수소충전소는 거주지에 직접 설치할 수 없고, 폭발위험으로 인해 설치장소 규제가 많아 단시간 내에 증가하기 어렵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소전기차와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크게 차이나지 않기 때문에 충전의 불편함을 감소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소전기차 출시 초기에는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짧았지만, 현재는 주행거리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넥쏘와 도요타의 미라이 및 크라운의 주행거리를 비교했을 때 미라이와 크라운이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넥쏘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9일 현대모비스로부터 국내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인수하고 수소사업을 강화하기로 한 상태다. 지난 2월 연구개발과 생산으로 이원화되어 있던 기존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통합하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지 약 4개월 만이다. 현대차는 이번 인수를 통해 연구개발과 생산 영역의 밸류체인을 연결해 연료전지 성능, 내구성, 품질 등을 향상시켜 수소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인수로 현대차는 연구개발 본부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 내에 ‘수소연료전지 공정품질실’을 신설하고, 제조기술과 양산품질을 담당하는 조직을 편재하는 등 전반적인 조직구조 강화에 나선다. 또 기술력과 자원을 통합한 수소 조직을 활용해 △ 수소연료전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품질을 높이는 한편 △ 수소전기차 및 차량 외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는 판매를 확대해 궁극적으로 수소 생태계의 실현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현대차는 그린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수년 내 메가와트급 PEM 수전해기를 양산하고, 폐기물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도 알린 바 있다. 현재 사용되는 수소는 대부분 회색 수소로 화석연료를 통해 만들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수소 1kg을 생산하기 위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10kg으로 일각에서는 이러한 점 때문에 수소전기차가 친환경차가 아니라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PEM 수전해기는 화합물없이 물 만을 원료로 사용해 수소 순도가 높고 소형화가 가능해 반응 응답성이 빨라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에 용이하다. 또 폐기물을 활용한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기술이 상용화되면 수자원이 제한적이거나 재생에너지 공급이 용이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박시하 기자 seeh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