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유럽 세이프가드에 CBAM까지 중복관세 맞을 수도
"친환경 철강으로 전환 시급…탄소중립 금융지원과 금융기관 협조 필요”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 건설업 침체로 수요가 감소한 동시에 저가 철강재 공급 과잉까지 겹치며 경영난에 직면했다. 여기에 오는 2026년 세이프가드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동시 시행되며 유럽 무역장벽이 한층 더 높아졌다. 이에 국내 철강사들은 유럽의 관세장벽을 뛰어넘을 방안으로 친환경 철강으로의 신속한 전환을 내걸었다.
글로벌 건설경기 둔화에 중국·일본 등 저가 철강제품들의 유입으로 국내 철강업계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올해 초 격주 주4일 근무제를 도입했던 포스코는 임원에 한해 주5일 근무제로 복귀했다. 포스코는 “경영진부터 위기의식을 갖고 근무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내 2위 철근 제조사인 동국제강은 인천 전기로 공장의 주간 운영을 상시 중단했다. 건설경기 악화로 철근 수요가 급감하고 재고물량이 급증하자 적극적인 감산 조치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철근 내수판매는 20.4% 급감한 184만t에 그쳤다. 그중 지난 3월 판매는 67.9만t으로 전년 대비 26.5% 급감했는데 3월에 80만t을 하회한 적은 지난 10년간 최초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수 부진 전망으로 국내 제강사들이 올해 들어 적극적인 철근 감산에 나서면서 1분기 생산은 203만t으로 13년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2분기는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전방산업 수요 둔화로 국내 철근 제강사들은 대대적인 비가동으로 생산 축소에 나설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 유럽의 수출 장벽 또한 높아지며 국내 철강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6년까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연장할 계획이다. 이 때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상응하는 비용을 추가 관세로 부과하는 CBAM도 시행되는 해인 만큼 국내 철강업계가 ‘중복 관세’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철강 세이프가드를 2026년 중반까지 연장하겠다고 통보했다. 세이프가드는 이달 30일 종료 예정이었다.
세이프가드는 철강제품 26종에 수입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하고 초과 물량에 대해 25%의 관세가 부과하는 조치이다. 이는 특정 제품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 업계에 피해가 발생할 때 수입을 규제하는 조치로, 지난 2018년 7월부터 시행됐다.
EU는 “글로벌시장에서 빚어진 철강 과잉생산으로 자국 철강업의 부담이 여전히 크다”고 연장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국내 철강업계의 EU 수출량은 2018년 6월 세이프가드 시행 이후 줄곧 감소해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존에도 EU가 세이프가드를 시행했기 때문에 이번 연장으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기존의 조치들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문제는 EU의 또 다른 관세 조치인 CBAM도 2026년부터 시행된다는 점이다. CBAM은 EU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로, 주요 탄소배출 산업군인 철강도 빠질 수 없는 관세 부과 대상이다. CBAM이 본격 시행되면 EU에서 철강을 수입하는 수입업체는 수입품의 탄소배출량에 따라 CBAM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결국 국내 철강사의 탄소량이 높을 경우 보다 적은 탄소량을 배출하는 철강사로 수입처를 변경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에 국내 철강사들은 친환경 철강으로의 신속한 전환을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 4일 철강의 날 기념식에서 장인화 한국철강협회 회장은 “친환경 생산 체제로 조기 전환함으로써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확대되는 세계 친환경 철강재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실증 플랜트 도입과 상용화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단계적인 설비 전환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철강 관련 연구개발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총 421억8700만원의 연구개발비에서 철강분야는 91.5%(385억9200억원)를 차지했다. 지난해는 비중이 79.5%로 감소했지만 총 투자액(738억8000만원)은 전년보다 2배 가량 증가했다.
현대제철 또한 2050년 넷제로(Net-Zero) 달성을 위해 2030년가지 직·간접 재출량을 12% 감축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전기로 용강과 고로 용선 혼합을 통한 저탄소 제품 생산을 지속 추진 중이며, 오는 9월까지 프리멜팅(Pre-melting) 전기로 구축을 위한 토건·설비공사를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환경성적표지 인증 취득으로 제품별 환경정보 요구에 대응하고 EU CBAM 탄소저감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CBAM은 고객사들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일환 중 하나인 만큼 관련 제도변화를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대응할 계획”라고 답변했다.
한편 철강업계 관계자는 “CBAM을 비롯한 탄소절감과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기업은 추가적으로 엄청난 연구개발(R&D) 비용과 상용화까지 위험을 부담해야 할 상황”이라며 “탄소중립을 위한 투자에 정부의 금융지원과 금융기관의 현실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정 기자 yuting403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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