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美 정부, 中 철강 제품에 25% 관세 적용
철강업 1분기 영업익 감소..."중국 철강 가격 인상 필요"
무역 장벽 높인 미국. / 연합뉴스.
무역 장벽 높인 미국.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영선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국내 철강 업체들의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증권가는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이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 수출 방식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4일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대응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에 따라 전기차는 100%, 범용 반도체는 50%, 철강·알루미늄은 25%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배~4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확대되면서, 바이든이 강력한 대중 제재 조치를 발표한 것으로 읽힌다.

특히 철강의 경우는 0~7.5%였던 것을 감안하면 4배에 가까운 수치다. 앞서 중국 철강은 올해 2월 춘절 연휴 관련 제품 수요 급감과 건설 경기 악화가 겹치면서 철강 재고가 급증했다. 이에 중국이 남은 물량의 제품 가격을 내려 '밀어내기식 수출'을 감행했다. 이에 미국은 고율 관세 도입으로 대응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에 세계 각국에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1일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 규제가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을 경고하며 유럽이 공동 전선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중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로 인해 글로벌 철강 공급이 과잉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적다. 이미 중국 철강의 미국 수출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꾸준히 감소, 최근엔 2~4만톤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 철강 수출의 0.3%~0.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한국 대미 수출량과 중국 철강 수출량. / 신한투자증권 제공.
한국 대미 수출량과 중국 철강 수출량. / 신한투자증권 제공.

 

올해 1~3월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2580만톤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8.5%가 증가했다. 저렴한 중국산 철강제품이 타국으로 수출되는 것은 분명 수입하는 국가에선 철강산업의 악재가 될 수 있다. 

미국뿐 아니라 중남미 등 세계 각국이 중국에 관세 압박을 가하면서, 우리나라도 중국산 철강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방침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칠레는 중국산 철강으로 인해 자국 철강업이 부진에 시달리자, 미국에 앞서 중국산 제품에 최대 3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의 박광래 연구원은 "지난 2018년 트럼프 행정부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철강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겼다"고 밝혔다. 또한 SK증권의 이규익 연구원은 현대제철을 두고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중국 철강 가격 상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 수출이 막힌 중국 철강 제품이 저가 공세를 통해 타국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국내 철강 업체들이 흔들릴 수 있다. 이미 국내 철강업체들은 올해 1분기 중국 철강 가격으로 인해 영업익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실적 발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83.3%가 하락한 558억원을 기록했다. 총 판매량은 435만톤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6%가 하락했다. 세아베스틸지주은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70.3%가 하락한 213억을 기록, 중국 철강 업황의 악재를 피하지 못했다. 한국철강은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94%가 감소했다. 

국내 철강 업계가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어려움을 겪은 만큼, 미국의 고율 관세 부가가 우리에게 일시적 수혜를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효과가 중국의 대미 수출량을 이어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일정량만 미국에 팔 수 있는 '쿼터'제도로 높은 관세 적용을 피했지만 수출 쿼터가 확대되거나 사라지지 않는 이상 중국의 대미 수출량을 우리나라가 이어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2일 기준, 현대제철은 주가는 전일 대비 0.63%가 오른 3만 1700원, 포스코스틸리온은 전일 대비 0.44%가 오른 4만 5850원, 세아베스틸지주는 전일 대비 0.86%가 오른 2만 3500원 동국제강은 전일 대비 1.37%가 상승한 1만 107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국철강은 이날 장 중 오름세를 보이다 0.26%가 하락한 1만 1610원, POSCO홀딩스는 전일 대비 0.76%가 하락한 39만 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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