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사라지고 대립만 반복… 임기 마지막 날까지 '네탓' 공방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극한 정쟁과 이념 대결 속에 협치는 사라지고 사생결단 대립만 반복한 21대 국회가 29일 막을 내린다. 지난 1987년 민주화 개헌 이후 가장 늦게 개원한 이번 국회는 마지막 본회의까지도 고성과 삿대질로 얼룩졌다.
21대 국회는 '헌정사 최초'라는 수식어가 유독 많이 붙었다. 헌정 사상 최초 국무위원 탄핵소추안 결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현직 판사와 검사가 탄핵소추, 제1 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내내 여소야대 정국을 벗어나지 못한 헌정사 최초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2020년 4월15일 출발한 21대 국회는 원 구성 협상을 두고 여야 간 대치로 47일 만에 개원식을 가졌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거대 야당으로 출범한 뒤 상임위원장 전석 독식을 주장하며 당시 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과 갈등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윤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 이후에는 절대 과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 주도의 입법에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충돌하는 대치 구도가 이어졌다.
진영 대결 소용돌이 속에서 국회의 절대 의무인 입법 성적은 바닥을 밑돌았다. 법안 통과율이 35.3%로 '식물 국회'라고 평가받은 20대 국회(37.3%)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렇게 여야가 계속 부딪히는 사이, 국회에 계류돼 있던 1만6000개가 넘는 법안들은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를 앞뒀다.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가 숨진 자녀의 자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구하라법'과 여야가 이미 상당 정도 합의를 이뤘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등 상임위 등에 계류돼 있던 법안들이 모두 사라진다.
또 기대를 모았던 17년만의 연금개혁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8일 본회의에서 "연금개혁 법안 합의 처리를 위해 29일 본회의를 개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여야 간에 입장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는 21대 국회 마지막 날까지도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회의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 국회가 신라시대 화백인가. 만장일치 아니면 결정을 못 하나. 대통령이 국회에서 합의된 게 아니면, 소수인 국민의힘이 동의하지 않고 처리된 법안은 100% 다 거부하면서, 그것을 무기로 쓰라고 했다고 한다"며 "대의민주주의, 민주주의, 현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왜 국회는 만장일치의 화백이 아니라 최후에는 다수결에 의해서 의사 결정을 해야 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반면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마지막까지 이어진 거야의 입법폭주와 일방통행으로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안고 막을 내릴 공산이 커졌다"며 "의회정신을 철저히 무너뜨리는 횡포에 국회의장까지 동조함으로써, 거야는 마지막 순간까지 의회폭거라는 오점을 남겼다. 거대 야당이 이런 기본조차 지키지 않고 또다시 의회민주주의를 저버리는 폭주를 일삼는다면, 그 대가는 오롯이 자신들이 짊어지게 될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여야가 극한 정쟁에 몰두하면서 정작 국민 삶에 필요한 민생 법안들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21대 국회는 22대 국회의 미리보기 같은 느낌이다. 정치 혐오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본회의의 모습이 시작이라고 본다"며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은 재추진한다고 하고, 국민의힘은 반발하는 모습이 그렇다. 힘겨루기는 끝이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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