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차·기아·벤츠, 전기차 진입 문턱 낮추려 가격 동결
보조금 축소 등으로 가격경쟁력 중요해져…가격인하 필요 주장도
EV6 전면 /박시하 기자
EV6 전면 /박시하 기자

[한스경제=박시하 기자]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새롭게 출시하는 전기차의 상품성은 강화하면서 가격은 동결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의 수요 부진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에 맞춰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판매세 반전 계기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전기차 보급과 대중화를 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 5’, 기아는 ‘EV6’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동결하거나 낮췄고, 메르세데스-벤츠는 ‘EQA’와 ‘EQB’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하면서 이전 가격을 유지했다. 

현대차가 지난 3월 출시하면서 가격을 동결한 '더 뉴 아이오닉5'는 기존 모델 대비 배터리 성능과 주행거리를 늘렸고 다양한 편의 사양을 탑재했지만 가격은 3년 전과 동일하다. 기아 역시 이달 EV6 페이스리프트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동결했다. 4세대 배터리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지만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수입 완성차 업체에서도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하며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벤츠는 이달 EQA와 EQB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기존 모델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EQA와 EQB는 지난해 벤츠 전기차 판매의 41%를 차지하는 인기 모델로 이번에 디자인과 편의 사양이 대폭 변경해 출시했지만 가격은 그대로다. 

이런 전기차 페이스리프트의 판매가 동결은 전기차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부족, 화재 우려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된 상황에서 전기차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먼저 가격 동결의 대표적인 이유로 전기차 보급 확대가 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차·기아는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기아의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1만3185대로 전년보다 57.4% 감소했고, 전기차 모델 모두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를 나타냈다. 이에 완성차 업체에서는 상품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가격을 동결해 판매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다 보니 시장을 공략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 수 있는 가격 정책을 도입한 것”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해 더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위한 전략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벤츠 코리아 킬리안 텔렌 제품·마케팅 부문 총괄 부사장 역시 가격을 강조하면서 “향상된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돌아온 EQA와 EQB가 한국에서 사랑받는 콤팩트 SUV가 될 것”이라며 “더 좋은 혜택으로 고객들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가격을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차에 비해 수익성이 높지 않은 전기차의 가격을 동결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 대수가 동일할 때는 차량 가격을 올리면 수익성이 좋아지겠지만 가격을 올렸을 때 수요가 떨어지면 오히려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가격을 동결해 판매가 늘면 오히려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는 “국산차나 수입차를 막론하고 국내에서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환경부가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면서 업계에서는 일시적으로라도 보조금을 늘려야 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고, 주요 완성차 업체의 엔트리급 전기차 출시와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 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품성 개선 모델의 가격 동결에도 배터리 가격 인하, 고수익 차종의 안정적인 판매, 해외 수출 증가 등으로 전체적인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도 가격 문턱을 낮춰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가격 동결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몇 년 사이 자동차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데다가 전기차는 더 비싸서 가격 동결이 아니라 가격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반면 “배터리 용량이나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나는 동시에 아쉽다고 생각했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편의사양이 강화돼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게 됐다”는 반응도 보였다.

박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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