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충격에도 배터리 파손 없어...차급·연료 달라도 ‘안전’은 그대로
[한스경제=박시하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완성차 업체 최초로 전기차 간 충돌시험을 실시한 결과와 테스트에 사용된 충돌 차량을 국내 공개하며 차량 안전성을 강조했다. 벤츠는 지난해 10월 독일 진델핑겐(Sindelfingern)에 위치한 차량 안전 기술 센터(Technology Center for Vehicle Safety)에서 전기차 EQA와 EQS SUV 간 차대차 충돌시험을 실시했다. 시험 결과 각 차량의 전면부는 일부 파손됐으나 차량의 내부는 멀쩡했고 배터리 충격으로 인한 화재도 발생하지 않아 안전성을 입증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벤츠 코리아는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국내 최초로 테스트에 사용된 전기 SUV EQA와 EQS SUV 차량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독일 본사의 충돌 안전 엔지니어와 전기차 충돌시험 엔지니어가 참석해 당시 충돌 테스트와 벤츠의 안전성 기술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충돌시험에 사용됐던 EQA와 EQS SUV의 전면부 모습이다. 벤츠는 이 시험에서 56km/h의 속력으로 각 차량이 50% 정도 겹치게 정면으로 충돌시켰다. EQA에 가해진 무게는 2.2t, EQS SUV에 가해진 무게는 3t으로 이는 유로 NCAP에서 요구하는 1.4t 트롤리를 이용한 테스트보다 강력한 수준이다. 충돌 후 각 차량의 전면부는 파손됐지만 차량의 내부는 충돌 전 상태 그대로였다. 차량의 문도 외부와 내부에서 모두 쉽게 열 수 있었고, 몸을 움츠리거나 구부리지 않고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벤츠 전기차 충돌시험 엔지니어 마르셀 브로드백은 충돌시험에서 발생한 충격을 차량이 흡수했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형 부분이 많을수록 충격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탑승자의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충돌이 발생할 때 부품이 변형될 수 있는 공간과 탑승자가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고, 충돌 후에도 문과 루프는 변형되지 않도록 설계됐으며, 차량이 회전하거나 전복될 상황도 고려해 부품과 기능을 장착했다cn”고 말했다.
예를 들어 차량 내부의 전면부에 탑재된 ‘하이퍼 스크린’은 충돌 이후에도 금이 가거나 탑승자 쪽으로 돌출되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또 충돌시 운전대가 이동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충분히 감속할 수 있고, 탑승자가 운전대 때문에 부상을 당하는 일이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충돌시험에 사용된 더미를 확인한 결과 심각한 부상이나 사상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기차 충돌시험에서 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물론 배터리 손상도 없었다고 밝혔다. 벤츠는 일반적으로 차량을 시장에 출시하기까지 1만5000건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후 150건의 충돌시험을 진행한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를 완충한 상태에서 충돌시험을 하는데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한 공간과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적이 없을뿐더러 배터리 변형이나 파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벤츠 전기차에는 양극과 음극 배선이 분리된 폐쇄 전기 회로가 탑재돼 충돌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 충돌시 배터리가 자동으로 차단되는 시스템, 구조대원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수동 비활성화 기능, 강화된 고전원 케이블, 고전압 손상 방지 보호 커버 등이 적용돼 화재를 예방하고, 자동 긴급구조 요청과 도어 잠금 해제 기능 등으로 신속한 구조도 돕는다.
벤츠 충돌 안전 엔지니어 율리아 힌너스는 A클래스와 S클래스의 안전성에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벤츠의 핵심 가치는 ‘안전’이기 때문에 차량의 크기나 가격에 따라 안전성이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매년 120만 명의 도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하고, 이는 비극적인 일인 동시에 안전을 핵심 가치로 여기는 벤츠에 많은 의미를 가져다 준다”며 “벤츠는 오랜 기간 동안 교통 안전과 차량 안전에 대해 연구해왔고, 도로 상황을 개선하고 차량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충돌 테스트 시설 등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벤츠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첫 번째 단계로 실시하는 것은 ‘사고 현장 조사’다. 벤츠의 안전성은 인증 기준 통과가 아니라 탑승자의 실생활에 맞춰져 있다. 이에 벤츠 엔지니어들은 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찾아 사고원인, 사고 후 탑승자의 상태, 사고 예방의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이후 벤츠 차량을 전 세계의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주행하며 안전장치들이 제 성능을 발휘하는지 확인한다.
또한 벤츠는 내부 안전 기준을 계속해서 높여가며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율리아 힌너스는 “당국이나 법적 요구사항 등을 따라잡는 것뿐만 아니라 내부 안전 기준을 업데이트 하고 이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항상 사고에 대해 연구한다”며 “이를 통해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단계의 시험을 거치면 마지막으로 시험실에서 가혹한 조건을 재현한 후 충돌시험을 한다.
벤츠가 엄격한 충돌시험을 하는 이유로 ‘비전 제로(VISION ZERO)’를 꼽았다. 벤츠는 2050년까지 탑승자가 치명적인 사고 없이 운전할 수 있도록 차량의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주행 보조 기능’, 주행이 불안정해지면 작동되는 ‘프리 세이프티 기능’, 사고 발생시 탑승자의 부상을 막는 ‘패시브 세이프티 기능’, 사고 발생후 탑승자를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는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 등의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박시하 기자 seeh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