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상장지수펀드 시장도 침체...올해만 27개 상장폐지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가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요 둔화 현상이 결국 에너지 전환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탈탄소를 약속한 금융기관들이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방식에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 "전기차는 우리 회사 장애물"...수요 둔화에 제조업체들 한숨
전기차 수요 둔화는 즉각 제조업체들의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는 우리 회사의 장애물"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손해가 막심하다. 실제 올해 전기차 사업에서 최대 55억달러(약 7조5000억원)의 손실까지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적자보다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결국 지난 1월에는 전기 픽업트럭 공장 직원 1400명에 대해 전환 배치 및 해고 조치했다. 또한 신형 전기차 출시를 연기하고, 가격 역시 낮추기로 했다. 또한 배터리 공급업체에 주문량 감축을 이야기해놨다.
테슬라도 전기차 수요 부진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우리는 조직을 면밀히 검토하고 전 세계 인력의 10% 이상을 감축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테슬라 직원수가 14만473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로 1만4000여명이 직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는 2030년까지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던 목표를 철회했다. 대신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2030년대까지 계속 생산할 계획이다.
◆ 전기차 시장 흔들리자...ETF 시장도 침체
과거 금융권은 기후위기로 전기차 산업이 희망적이라고 판단했다. 대표적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HSBC홀딩스, JP모건체이스 등은 고탄소 부문의 금융 활동에서 배출량을 줄이기로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의 경우 전기차 산업은 상대적으로 명확한 경로를 갖고 있다고 봤다. 초기 기술 확장 의존성이 높은 산업과 달리, 전기차에 대한 정부 인센티브 등으로 소비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높은 인플레이션과 수요 둔화에 시달리면서 금융권은 위기를 감지했다. 여기에 수익성 좋은 보조금이 종료되면서 전기차 구매금액은 오르는 추세다. 이로 인해 전기차 구매에 대한 관심마저 떨어진 상황이다. 이에 블룸버그는 "금융권이 기후 전략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ESG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침체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ESG 수석 분석가는 "현재까지 올해 ESG 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 분류되는 ETF가 최소 27개 상장폐지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증시에서 상장폐지된 ESG ETF는 36개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은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BBVA의 글로벌 책임자인 안토니 발라브리가(Antoni Ballabriga)는 "우리는 전기차 추세가 중기적으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로는 2030년 목표을 따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지만, 전세계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전용 제조사들의 점유율은 증가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전기차 시장의 현재 추세라면 국제에너지기구(IEA)이 내놓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에너지 및 기후 관련 비영리 단체인 RMI의 전략 팀 책임자인 단 월터(Daan Walter)는 "실제 탄소중립 목표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한 줄기의 빛"이라고 강조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