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뚝심' 도요타...새 엔진으로 하이브리드시장 주도권 노림수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와 도요타가 지분을 20%가진 스바루, 5% 가진 마쓰다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V)에 탑재할 신형 엔진의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니혼게이자이는 28일(현지시간) 3사가 공동개발에 나서는 신형 엔진이 소형화·고효율·고출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퓨얼(전기기반연료)이나 바이오연료와 같은 대체 연료도 사용할 수 있어 내연기관의 탈탄소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형 엔진은 부피와 높이가 동일한 배기량의 기존 제품에 비해 10% 줄어드는 등 다운사이징을 통해 연비가 12%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기량 2리터 엔진은 픽업트럭과 스포츠카에 장착된다.
이번 엔진 개발은 유럽연합(EU)의 새 자동차 배출기준인 '유로 7'로 탈탄소화 기조가 강해진 자동차 시장에서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주도권을 이어가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EU는 '2035년 내연기관차 종식'을 목표로 '유로'라는 이름의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를 추진해왔다. EU가 지난달 12일 최종 채택한 '유로7'에 따르면 승용차·승합차에 대한 배출기준은 유로6 수준을 지키되 배기가스 입자수 측정기준을 기존 PN23에서 PN10 수준으로 높였다.
전기차와 수소차도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전기차 자체는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지만, 타이어나 브레이크 패드가 마모되면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 비(非) 배기 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업계 전망보다 5년 이상 빨라진 EU의 탄소중립 발표에 글로벌 주요 제조사들은 친환경차로의 전환 계획을 앞당기고 있다. 그중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뚝심'을 보여주는 대표적 기업이다. 도요타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를 1997년 출시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이브리드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도요타는 프리우스, 캠리, RAV4, 하이랜더 등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가지고 있다. 올해 1~2월 판매 차량의 40%는 이들 모델이 견인하며 도요타의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끌었다. 특히 도요타는 유럽 소비자들을 겨냥한 'C-HR' 등을 내며 유럽 내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상반기 국내 완성차업계의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를 모두 합한 친환경차 수출은 81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중에서 전기차는 높은 가격, 짧은 주행 거리, 충전소 부족과 긴 충전 시간 등을 이유로 캐즘에 빠진 상태여서 업계는 하이브리드에 집중한 도요타의 성장이 예견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하이브리드는 저렴한 가격, 긴 주행 거리, 충전 자유도와 짧은 충전 시간 덕에 매출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4월 전기·수소차 판매가 8.4% 감소한데 비해 하이브리드차는 14만4000대가 수출되며 작년 동기 대비 9.9% 상승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내수 시장에서도 보여진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1~4월 전기차 내수 판매가 2만251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하이브리드 내수 판매는 11만4601대로 전년 대비 38.5%늘었다. 전체 친환경차 내수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가 83%를 차지했다.
사토 코지 도요타 사장은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할 때까지는 하이브리드차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수요에 맞춰 필요한 지역에 적시에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고집이 탈탄소화 기조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캐즘의 덫을 피해갈 최선의 선택이라는 뜻이다.
외신도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사업 부문을 주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비자들이 순수전기차 구입을 주저할 것이란 도요타의 예상이 적중했다”며 “지난 10년간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옹호해온 도요타가 옳았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이브리드차는 기존 가솔린차보다 연비가 좋고, 친환경적이라는 이점이 있다”면서 “20년 이상 하이브리드의 기술을 축적해온 도요타가 당분간 다른 회사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집중 노선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도요타는 전기차 개발에 더 많은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이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이며, 장기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엔진과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탄소 배출이 발생하는데, 이런 맥락에서 그린피스는 하이브리드가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차가 캐즘에서 빠져나와 보편화 될 경우 하이브리드의 경쟁력이 감소할 것이란 시각도 꾸준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는 “하이브리드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 하이브리드가 자연스럽게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요타는 전기차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당분간 하이브리드 차량은 도요타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도요타는 2030년까지 30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도요타의 수요를 뺏으려는 업계의 신차 출시도 계속된다. PHV 대중화를 선언한 BYD는 도요타가 신형 하이브리드 엔진을 공개한 같은 날 충전이나 주유없이 20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공개했다. 지난해 비야디의 하이브리드차량은 전년대비 51.9% 증가하며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3년 사이에 30배가 성장한 셈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누가 옳고 그르냐보단 친환경이라는 거대한 어젠다가 불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각 국가와 자동차 업체들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할 건지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